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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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스스로 사임을 결정했다. 이로써 29일 금호산업 정기주주총회에 올라와있던 박 회장 재선임 안건은 자동으로 삭제된다.

28일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 회장이 부실회계 논란을 불러일으킨 데 대한 책임을 지고 그룹 회장직 및 아시아나항공·금호산업의 대표·등기이사직에서 사임한다"고 밝혔다. 그룹은 당분간 이원태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비상경영위원회 체제로 전환할 예정이며, 빠른 시일 내 명망있는 외부인사를 그룹 회장으로 영입한다는 계획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주총에서 박삼구 회장의 재선임을 물을 예정이었다. 금호산업 관계자는 "박 회장의 퇴임으로 재선임 안건은 자동으로 삭제된다"며 "오늘 중으로 거래소에 주총 안건 정정공시를 낼 지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행 한국거래소 규정상 주주총회 안건 변경은 의무 공시 사항은 아니다.

박 회장이 스스로 용퇴를 결정한 데에는 아시아나항공의 감사 문제가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 지난 22일 아시아나항공은 감사의견 '한정'을 받으면서 금호산업도 '감사범위 제한으로 인한 한정' 의견을 받았다.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은 22일부터 25일까지 주식거래도 정지됐다.

아시아나항공은 '적정'을 받은 재감사 보고서를 지난 26일 제출하면서 주식 거래가 재개됐지만, 이날에 주가는 15% 급락했다. 재감사에서 2018년 순손실이 1959억원으로 한정 보고서 때보다 두 배나 급증했기 때문이다. 영업이익은 887억원에서 282억원으로 급감했다. 금호산업의 주가도 25.91% 폭락했다.

재선임 반대에 대한 여론도 높았다. 앞서 의결권 자문사들은 박 회장이 4대강 입찰담합으로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점 등을 들어 재선임안 반대를 권고했다.

좋은기업지배연구소(CGCG)는 박 회장이 2009년 대우건설 이사로 재직할 당시, 4대강 사업 등 입찰담합으로 회사에 손실을 입혔다고 지적했다. 대우건설은 4대강 사업 입찰담합으로 과징금 총 466억원을 부과받았다. 현재 소액주주들은 당시 이사였던 박 회장에 대해 손실분을 배상하라고 제소, 재판이 진행 중이다.

또 일가 경영권 확보를 위해 공익법인과 학교법인의 재산을 이용했다는 비판도 받는다. 금호산업이 2014년 10월 기업 재무구조 개선작업(워크아웃)을 졸업한 뒤 박 회장과 그 친족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금호산업 '50%+1주'를 매수해 최대주주로 복귀했다. CGCG는 "이 과정에서 금호산업 인수를 위해 설립한 금호기업에 금호재단과 죽호학원이 각각 400억원과 150억원을 출자했다"며 "이와 관련해 경제개혁연대는 박 회장 등 재단과 학교법인 이사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2016년 금호그룹 재건을 위해 금호산업이 금호홀딩스에 자금을 대여해준 것도 부당지원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당시 금호홀딩스는 금호산업 등 특수관계인으로부터 966억원을 차입한 뒤 507억원을 상환했다. CGCG는 이사회의 승인을 받았어야 했지만 승인을 받지 않았고, 주총 보고의무도 준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로써 금호산업 주총에서 다뤄질 안건으로는 서재환 박홍석 사내이사 선임건과 이근식 최영준 이상열 사외이사 선임건이 남았다. 또 김희철 최영준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의 건과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을 결정하게 된다.

현재 건국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융합인재학과 석좌교수를 맡고 있는 이근식 이사에 대해선 반대 의견이 나왔다. CGCG는 2011~2013년 경남기업 사외이사로 재직할 당시 이사회 출석률이 2년간 57%에 불과한 만큼 사외이사로 충실한 업무수행이 가능할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