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 황실·관료·조선상인
민족자본으로 탄생한 첫 주식회사

기업금융 주도하며 경제성장 견인
해외 진출로 금융영토 확대 나서
지난 1월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우리금융지주 출범식.

지난 1월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우리금융지주 출범식.

우리은행은 올해로 설립 120주년을 맞았다. 이와 함께 우리금융그룹은 지난 1월 지주회사체제로 새 출발했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출범식에서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한 사업포트폴리오 재구축과 글로벌 전략 추진을 통해 대한민국 1등 종합금융그룹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어 손 회장은 우리은행의 올해 경영목표를 ‘120년 고객동행, 위대한 은행 도약’으로 제시했다.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국민들과 생사고락을 함께해 온 대한민국의 정통 민족은행으로서 혁신성장기업 투자에 앞장서겠다는 방침이다.

상업·한일은행에서 우리은행까지

우리은행의 전신은 1899년 1월 30일 설립된 ‘대한천일은행’이다. ‘화폐융통(貨幣融通)은 상무흥왕(商務興旺)의 본(本)’ 즉, ‘금융 지원을 원활하게 하여 경제 발전에 기여한다’는 고종황제의 뜻에 따라 황실자금과 정부관료, 조선상인이 납입한 민족자본으로 탄생한 우리나라 최초의 주식회사다. 1902년 3월 대한제국 마지막 황태자인 영친왕이 은행장으로 취임했다. 대한제국이 일본에 국권을 빼앗긴 1910년 이후 조선총독부에 의해 대한천일은행의 이름은 ‘조선상업은행’이 됐고, 1950년 ‘한국상업은행(韓國商業銀行)’으로 은행명이 변경됐다.

우리은행의 또 다른 뿌리는 ‘한일은행’이다. ‘조선신탁’과 ‘조선중앙무진’이 한일은행의 전신이다. 1932년 설립된 조선신탁 주식회사는 부동산, 유가증권, 금전 신탁자금 운용전문 금융회사로 기업 금융을 담당했다. 1936년 설립된 조선중앙무진 주식회사는 서민금융과 중소기업 금융을 주로 담당했다. 두 회사는 광복 후 합병해 상호를 ‘한국흥업은행’으로 바꿔 기업금융 전문 은행으로 한국의 경제 발전을 견인했다. 이후 1960년 정부의 은행 민영화 조치에 따라 당시 대주주인 정부가 소유 주식을 삼성물산 계열에 매각하면서 민영화됐고, 이때 ‘한일은행(韓一銀行)’이 됐다.

설립 120주년 우리은행…우리금융그룹으로 새 역사 쓰다

이후 1997년 시작된 금융위기로 한국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대등합병하면서 1999년 1월 한빛은행이 탄생했다. 이어 2001년 4월에는 한빛은행과 광주은행, 경남은행 등을 자회사로 둔 우리금융지주가 설립됐다. 우리금융지주는 당시 국내 최초의 금융지주사다. 당시 최대주주는 100% 지분을 가진 예금보험공사였다. 한빛은행은 2002년 2월 평화은행을 흡수합병하고, 그해 5월 ‘우리은행’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정부는 우리금융지주에 투입된 공적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우리금융지주의 민영화를 추진했다. 2016년 11월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동양생명, 미래에셋자산운용, 유진자산운용,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한화생명, IMM PE 등 7곳을 과점주주로 선정, 정부 지분을 매각하면서 2017년 1월 민영화됐다.

우리은행은 해외 선진 금융기법 도입을 위해 1950년대 후반 미국·일본·유럽 등의 금융기관에 직원을 파견했다. 새로운 금융 업무를 국내에 도입한다는 취지에서다. 금융 인프라 구축을 위한 사전 준비 작업으로 1954년 회계기, 출납기 등을 도입하는 등 업무기계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1959년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물게 여성만을 위한 은행 영업점인 ‘숙녀금고’를 개설해 여성들의 사회진출을 도왔다. 1960년대에는 경제개발 계획이 시작되면서 경제개발에 필요한 국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예금제일주의’를 내건 저축운동도 전개했다.

‘기업금융의 강자’로서 한국의 경제성장을 지원해왔던 우리은행도 1997년 외환위기를 맞아 큰 시련을 겪었다. 1997년 초 한보철강을 시작으로 대기업 부도가 이어졌고, 그해 11월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했다. 주요 기업들과 함께 한국의 경제성장을 견인하던 우리은행도 기업들의 연쇄도산으로 부실채권이 증가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시련을 이겨내고 다시 일어섰다. 부실자산을 정리하고, 전산시스템과 신용리스크관리 시스템을 재구축했다. 구조조정 등 뼈아픈 쇄신을 거듭한 끝에 2001년 당기순이익 7129억원을 기록하면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후 ‘우리나라 1등 은행’을 비전으로 선포한 뒤 기업금융의 선두 은행, 외환 실적 우수 은행, 국내 최다 공공기관 거래은행 등 다양한 타이틀을 거머쥐며 우리나라 대표은행 입지를 구축했다.

우리은행은 국내 영업의 성장 한계를 느끼고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해외 진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2014년 인도네시아 소다라은행 인수를 시작으로 캄보디아 여신전문금융사 말리스(Malis) 인수, 미얀마 여신전문금융사 신설, WB파이낸스 인수 등의 성과를 잇따라 일궈냈다. 2014년부터 현재까지 26개국 441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보했다. 해외 네트워크 수로는 국내 은행 중 최초로 글로벌 20위권에 진입했다. 우리은행은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캄보디아, 미얀마 등을 글로벌 핵심거점으로 삼고 부동산 담보대출, 우량고객 신용대출, 할부금융, 신용카드 등을 현지화해 현지 리딩 금융사로서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 동남아 자산운용사, 할부금융사를 인수해 해외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꾀할 방침이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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