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AI가 흉내낼 수 없는 일…창조의 시작은 인간이다
기술분야에서 인공지능은 어디까지 사람을 대체할 수 있을까. 로봇 작가, 로봇 가수까지 등장하는 마당에 로봇 기계공이나 제빵사는 그리 화제가 될 일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신기술 개발 등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영역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란 사실이다.

2017년 한국고용정보원에서 발표한 ‘기술 변화에 따른 일자리 영향’에 따르면, 디지털 기술혁신에 의한 일자리 잠식 효과는 단순노무직(90.1%)에 집중돼 있다고 한다. 인공지능 시대에서 저숙련 노동자의 양성은 그 의미가 축소될 수밖에 없다. 기계적 학습 알고리즘을 통해서는 불가능한 창조와 혁신을 이뤄내는 고숙련 영역의 기술인이 필요하다. 정밀성이나 효율이 필요한 단순노동은 로봇에 맡기고, 신산업시대를 이끌어가는 고숙련 기술자들을 양성하고 지원해야 하는 시점인 것이다.

숙련기술인들은 현장에서 체득한 경험과 직감을 바탕으로 미래의 수요를 파악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독창적인 기술을 개발한다. 올해 1월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하 공단)이 선정한 ‘이달의 기능한국인’ 김익진 아인테코 대표는 수입에 의존하던 친환경·저전력 에너지 절감 기술 개발에 성공한 기술인이다. 공동체를 위한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가치를 창출하고, 신기술을 발명해내는 것은 아직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일이다.

모든 기술혁신, ‘창조’의 시작은 결국 인간이다. 앞으로는 다양한 분야의 숙련기술과 고도의 지적능력, 감성, 창의적 아이디어가 세계적 기술혁신을 주도할 것이고, 이를 이끌어나갈 미래 숙련기술인 양성과 지원이 중요한 시점이다. 인공지능 분야만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혁신을 이뤄내는 전문 기술인력 양성과 제도적 지원이 중요하다.

한국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젓가락으로 콩을 집거나 김치를 찢어 먹을 수 있다. 섬세하고 탁월한 손재주는 21세기 반도체, 정보통신, 조선분야 등에서 한국이 기술 강국으로 우뚝 서고, 국제기능올림픽대회 19연패의 신화를 이룩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하지만 근래 학력 위주의 교육에 몰두한 사회 풍토와 기술에 대한 관심과 지원 부족으로 기술인재 양성이 침체됐다. 우리 주력산업이 중국 등 신흥국의 추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차세대 유망 기술분야 숙련기술인력을 양성하지 못한다면 기술 강국의 위상을 유지하기 힘들어질 것이다.

오는 4월 서울을 비롯해 전국 17개 시·도에서 숙련기술인 발굴의 장인 지방 기능경기대회가 펼쳐진다. 서울에서는 서울공업고등학교 등 7개 경기장에서 4월 3일부터 6일간, 게임개발 등 48개 직종에서 584명의 선수가 참가한다. 대한민국 산업 전 분야에 걸쳐 기술혁신을 이끌어갈 미래 숙련기술인들의 열정에 많은 국민이 뜨겁게 응원해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