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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대한항공 대표이사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이 좌절됐다. 외국인과 소액주주의 '반대'가 20년 만에 조 회장을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나게 한 것이다.

대한항공은 27일 오전 서울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빌딩 5층 강당에서 제57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 등 4개의안을 표결에 부쳤다.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은 찬성 64.1%, 반대 35.9%로 부결됐다.

이날 주주총회에는 위임장 제출을 포함해 5789명, 총 7004만946주가 의결권을 행사했다. 의결권이 있는 주식 총수(9484만4611주) 대비 73.84%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대한항공의 이사 선임 및 해임은 보통결의(과반수 찬성)가 아니라 특별결의(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 사항이다. 조 회장의 연임은 참석 주주 3분의 2 이상으로부터 '찬성' 동의를 얻었어야 했다.

조 회장은 이로써 1999년 아버지 고 조중훈 회장에 이어 대한항공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지 20년 만에 대한항공의 경영권을 잃게됐다.

대한항공 지분은 조 회장과 한진칼(지분 29.96%) 등 특수관계인이 33.35%를 보유 중이고, 국민연금이 11.56%를 확보한 2대 주주다. 외국인 투자자의 지분은 약 24%로 집계되고 있으며, 소액주주의 지분은 56%에 달한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수탁자 책임원칙) 도입 이후 사실상 첫 정기주주총회를 맞은 대한항공. 조 회장은 이날 주주들의 투표로 물러나게 된 사상 첫 그룹 총수로 불리게 됐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2017년말 제정됐으며, 국민연금은 이듬해 7월말 도입했다.

조 회장의 연임은 주총 소집 시작부터 가시밭길이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사전 공시를 통해 '반대'를 외치면서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조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플로리다연금과 캐나다연금(CPPIB), BCI(브리티시컬럼비아투자공사) 등 세 곳의 해외 기관들이 의결권행사 사전 공시를 통해 반대 의사를 내놨었다.

이후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대한항공 주주총회 안건에 대한 의결권 방향을 결정하기 위해 이틀간 2차 회의를 열고 조 회장의 연임을 반대하기로 결정했다. 이 회의에는 수탁자전문위원 10명이 전원 참석했는데 조 회장 연임 반대 6표, 찬성 4표로 과반수 이상이 '반대 의견'을 냈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와 서스틴베스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등도 조 회장의 연임에 '반대 의견'을 주주에게 권고했었다. 아울러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역시 소액주주를 대상으로 의결권 위임 운동에 나섰고, 이날 소액주주 140여명의 의결권을 위임받아 '반대표'를 던졌다.

대한항공의 주총 참석률은 약 73%. 전체 지분 가운데 23%가량이 반대할 경우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은 무산될 처지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액주주가 결국 '반대'를 외친 결과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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