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70)이 27일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하면서 오는 6월 대한항공 주관으로 서울에서 처음 열리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가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항공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의 대외 이미지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2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IATA 연차총회는 120개국 287개 항공사가 참여하는 행사로 ‘항공업계 유엔 총회’로 불린다. 총회 의장은 주관항공사의 최고경영자(CEO)가 맡는 것이 관례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IATA 연차총회는 세계 항공업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행사”라며 “IATA 연차총회는 사실상 조 회장이 유치한 행사인데, (이번 연임 실패로) 국내 항공산업의 대외신인도에도 적잖은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조 회장은 1999년 부친인 조중훈 회장으로부터 대한항공 CEO 자리를 물려받은 뒤 20년간 대한항공을 이끌었다. 여러 논란이 있지만 그가 대한항공을 세계적인 항공사로 성장시켰다는 점에선 이견이 많지 않다. 그동안 그가 쌓은 인적 네트워크와 전문성 등을 대한항공이 잃게 된다면 회사 경쟁력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조 회장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남쪽의 뉴포트비치 별장에서 자신의 사내이사 연임이 무산된 소식을 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LA 현지에 파견된 대한항공 임직원도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회장은 건강상의 문제로 별장에 머물고 있으며 귀국 날짜는 알려지지 않았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