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실적 악화가 예상보다 심각할 것”이라며 ‘사전 경고’에 나서자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부품업계에도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투자가 지연되면서 불황의 골이 더 깊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형님들' 실적 악화에…반도체·디스플레이 부품社도 '된서리'
2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 장비업체인 원익IPS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100억원으로, 작년 동기(221억원)보다 54.5% 급감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 업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다. 반도체 업체들이 수요 부진을 우려해 투자 규모를 축소하면서 실적 악화가 불가피해졌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원익IPS의 1분기 영업이익이 손익분기점 수준인 5억원에 그칠 것”이라며 눈높이를 더욱 낮췄다.

국내 증권사들은 반도체 부품업체들의 실적 전망치를 줄줄이 하향 조정하고 있다. 테스의 1분기 영업이익은 작년보다 70.4% 줄어들었을 것으로 추정됐다. 반도체 검사장비업체인 테크윙의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석 달 전까지 70억원이었지만 현재 31억원까지 내려왔다. 유진테크의 실적은 작년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다.

반도체 부품업계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투자 축소를 ‘보릿고개’에 비유한다. 매출이 회복되려면 전방업체들이 반도체 생산 설비를 늘릴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초 올해 1분기를 저점으로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날 삼성전자가 이례적으로 실적 악화 공시를 내자 ‘투자 가뭄이 더 길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디스플레이 업황 회복도 늦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내년 이후까지 설비 투자 감소가 이어질 가능성은 낮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