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립튼 국제통화기금(IMF) 수석부총재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제가 취약하다”고 재차 경고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가 지난달 중순 “유럽 경제에 심각한 둔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한 지 한 달여 만이다. IMF는 올해 유로존 경제성장률이 지난해(1.8%)보다 둔화한 1.6%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로존 경제 취약"…IMF 또 경고
립튼 IMF 수석부총재는 25일(현지시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많은 사람이 유럽의 성장률 둔화 속도에 놀라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세계 각국의 보호무역주의부터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까지 유럽 경제를 위협하는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립튼 수석부총재는 이어 “몇몇 유로존 국가는 경제가 취약한데도 경기 침체에 대비하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번 침체기에는) 양적완화 등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사용했던 대처 방안에 의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더 이상 부양책을 꺼내들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ECB는 작년 말 양적완화를 종료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자 지난 7일 기준금리 인상 계획을 철회했다.

누적된 재정적자로 정부 지출을 늘리기 어려운 국가도 적지 않다. 립튼 수석부총재는 이탈리아 경제는 유로존 가운데서도 눈에 띄게 취약하다며 “재정 안정화 능력을 서둘러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의 재정적자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32%로 EU가 정한 상한선(60%)의 두 배 이상이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