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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간 일했던 직장을 떠나는 위성호 신한은행장(사진)이 사내 이메일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이임 소회를 밝혔다. 위 행장은 “격식 차린 조회 분위기 속에서 이임식을 하지 않겠다는 게 평소 소신”이라며 “신임 은행장이 첫 포부를 밝히는 취임식에 더 소중한 의미가 있어 거창한 이임사 대신 이메일로 갈음한다”고 설명했다.

위행장은 “행복했다”면서 신한은행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충고도 같이 전했다. 위 행장은 “본인이 은행장에 오르는 ‘가문의 영광’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은 선배들의 피땀 어린 열정, 주주와 고객들의 믿음 덕분이라는 것을 한순간도 잊은 적이 없다”고 감사 인사를 했다.

이어 은행장 재임 때 마무리하지 못한 과업과 관련해 당부의 말도 전했다. 개선하려고 하지 말고 업과 관점을 재정의해 달라는 주문이다. 위 행장은 ”경영진들은 넓은 시야로 큰 흐름을 놓치지 않아야 하며 때로는 과감한 투자에 인색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짧은 호흡으로 당장 1등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긴 호흡으로 미래를 위해 2등이 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의 디지털화’도 강조했다. 위 행장은 “2년 전 돈 안 되는 디지털을 너무 강조한다는 불만들이 있었지만 소신을 가지고 양보하지 않고 밀어붙였다”며 “지금은 인공지능, 클라우드, 블록체인, 사물인터넷 등과 같은 용어에 익숙해졌고 실용화되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리 멀지 않은 시기에 뱅킹 서비스는 여러 이종사업자가 누구나 자기 플랫폼에서 제공하게 될 것”이라며 “그 플랫폼에 신한이 많이 장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위 행장은 “이제 제가 가진 경험을 바탕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려고 한다”며 퇴임 후 할 일도 전했다. 그 중에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즐기려 한다며 트레킹하며 직장생활 돌아보기, 요리를 배워 가족들에게 음식 만들어 주기, 애완견을 길러 내 편 하나 만들기, TV 보면서 실없이 웃고 울기 등을 사례로 들었다.

위 행장은 “앞으로도 아침에 눈을 뜨면 포털에서 신한은행을 검색할 것”이라며 “저에게 줬던 헌신과 사랑은 조용병 회장과 진옥동 은행장에게 아낌없이 주시라”고 남은 경영진에 대한 성원을 부탁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