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위협은 쿠팡이다.”

요즘 온라인·오프라인 할 것 없이 국내 유통업계에서 하나같이 하는 말이다. 지난해 11월 쿠팡이 2조3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이후 공격적인 경영에 나서면서다. 새벽배송 시장 진입 5개월 만에 선두로 치고 나가자 더 그렇다. “이런 추세라면 2~3년 안에 쿠팡이 한국의 아마존이 될 것”이란 예상까지 나온다. 유통기업들은 기존 사업방식으로는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몰렸다.

쿠팡 '한국의 아마존' 되나…온·오프라인 '합종연횡' 움직임
그래서 업계 간 ‘합종연횡’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돌고 있다. 쿠팡을 견제하려면 롯데·신세계 등 자금력과 유통 노하우가 풍부한 기존 유통 강자를 중심으로 온라인 업체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것이다. 쿠팡 위메프 등과 함께 한때 ‘소셜커머스 3인방’으로 불리던 티몬은 전략적 제휴 상대를 찾는 중이다. 대주주가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앵커에쿼티파트너스 등 외국계 사모펀드여서 장기적인 비전을 세우고 사업할 파트너가 필요하다. 온라인 사업 강화가 절실한 오프라인 유통사와 손잡는다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한다. 유한익 티몬 이사회의장이 전략적 투자 유치작업을 이끌고 있다.

국내 새벽배송 시장을 개척한 마켓컬리도 오프라인 유통사들의 ‘러브콜’을 받는다. 프리미엄 신선식품 분야에 한정돼 있어 다른 유통사들과 사업 영역이 크게 겹치지 않는 데다 브랜드도 탄탄하게 구축한 영향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티몬과 마켓컬리, 패션 온라인몰 무신사 등을 하나의 플랫폼에 모을 수만 있다면 넘보기 힘든, 막강한 연합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미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아마존이 2015년 시가총액 기준 월마트를 넘어섰을 때다. 위기를 느낀 월마트가 반격에 나섰다. 2016년 8월 e커머스 기업 제트닷컴을 33억달러에 인수한 것이 신호탄이었다. 이듬해 5건의 인수합병(M&A)을 잇달아 했다. 1월 온라인 신발업체 슈바이, 2월 온라인 아웃도어업체 무스조, 3월 여성 패션업체 모드클로스, 6월 남성 패션업체 보노보스, 9월 뉴욕 배송 스타트업 파슬 등이다. 월마트는 작년 인도 e커머스 1위 기업 플립카트를 인수하는 등 이후에도 끊임없이 온라인 업체와 손을 잡았다.

이 같은 전략은 성공했다는 평가를 듣는다. 작년 4분기 월마트의 매출은 1.9% 증가한 1388억달러(약 155조원), 영업이익은 35.8% 급증한 61억달러(약 6조8000억원)로 나타났다. 특히 4분기 온라인 거래액 증가율이 43%로, 20% 수준인 아마존을 압도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