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열된 'R의 공포'…전문가들 "현실화 가능성 낮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가열된 'R의 공포'…전문가들 "현실화 가능성 낮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 국채의 장·단기 금리가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역전되면서 금융시장에서 'R(recession·경기 침체)의 공포'가 커지고 있다. 25일 국내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미국이 경기침체에 들어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에 무게를 뒀다.

22일(현지시간) 미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물과 3개월물 미국 국채 수익률은 나란히 2.459%로 장을 마감했다. 장중 10년물 금리가 2.428%까지 급락해 3개월물 금리(2.453%)를 밑돌았다. 통상적으로 만기가 긴 채권은 불확실성을 반영해 금리가 더 높은 경향이 있으나 뒤바뀐 것이다. 10년물과 2년물 격차도 장중 한때 2007년 이후 최저인 0.1%포인트 이내로 좁혀지기도 했다.

국내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과거 경기둔화를 알린 부정적 신호였지만 현 상황에서 미국이 경기침체에 돌입할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낮은 수준의 물가상승 압력과 신용리스크, 상대적으로 낮은 제조업 버블 리스크에 비춰 경기침체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진단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으로 경기 둔화 우려감이 증폭될 수 밖에 없지만 당장 경기침체를 우려할 국면은 아니다"며 "미국중앙은행(Fed)이 서둘러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로 전환한 것 역시 경기침체 리스크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연구원은 "1980년 이후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은 인플레이션 현상이 동반됐지만 현재 국면에서는 물가 리스크가 크게 두드러지지 않고 있다"며 "장·단기 역전 국면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던 미국 주택경기의 급격한 둔화 혹은 침체 현상 측면에서도 경착륙 리스크가 낮다"고 설명했다. 모기지 금리 수준도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장·단기 금리 차 역전이 경고음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당분간 고용 등 경제지표와 기업이익 향배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주요 중앙은행의 완화적 정책 선회 여파로 일시적으로 장·단기 금리에 영향을 미친 결과란 의견도 나왔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장·단기 금리차가 중요한 지표지만, 수급 노이즈가 끼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단순하게 고용지표로 추정하면 미국 경제의 침체시점은 2021년 1분기로 추정되고, 현재 침체로 돌입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역시 "미 경제성장률을 좌우하는 고용시장과 기업이익 간의 높은 상관관계를 감안해 2020년 경기침체 가능성을 예상하지만, 올해는 해당 가능성이 크지 않다"며 "고용을 중심으로 한 경제지표 및 기업이익의 향방이 관건이 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