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하는 새벽배송 시장

하루 5만건…1년 새 세배 늘어
서울 용산에 사는 직장인 박경희 씨(44)는 요즘 잠들기 직전 온라인으로 장을 보는 게 습관이 됐다. 아침 7시 이전 현관 앞에 배달해주는 ‘새벽배송’을 이용한다. 우유 채소 국거리 등 신선식품부터 아이들 학용품까지 주문 상품 종류도 다양하다. 박씨는 “주 1~2회 새벽배송을 이용하기 시작한 뒤로는 마트에 거의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새벽배송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다.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에서만 이뤄지던 서비스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배송 가능 상품도 늘어난 영향이다. e커머스(전자상거래) 기업뿐 아니라 대형마트와 백화점, TV홈쇼핑까지 뛰어들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마켓컬리 헬로네이처 쿠팡 이마트 롯데슈퍼 GS리테일 등 새벽배송 서비스를 하는 주요 기업의 하루 총 배송 건수는 약 5만 건에 달한다. 지난해 1만~2만 건에서 2~3배 이상으로 성장했다. 작년 4000억원 안팎이던 시장 규모는 올해 1조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새벽배송 수요가 급증하면서 택배차량도 크게 늘어 현재 약 3000대가 서울의 새벽을 가르고 있는 것으로 한국경제신문 조사 결과 파악됐다.

백화점·TV홈쇼핑도 가세…유통 최대 격전지로

새벽배송 택배 차량은 쿠팡이 약 2000대로 가장 많다. 수요가 늘어나자 배송을 전담하는 ‘쿠팡맨’뿐 아니라 단기 아르바이트 ‘쿠팡 플렉스’까지 동원하고 있다. 마켓컬리(550대), 이마트(155대), 헬로네이처(60대), 롯데슈퍼(48대) 등도 대규모 새벽 배송 조직을 운영 중이다.

새벽배송 시장이 빠르게 커지는 이유는 밤늦게까지 주문을 해도 다음날 새벽에 받을 수 있는 편리함 때문이다. 마켓컬리는 오후 11시, 쿠팡과 헬로네이처 등은 밤 12시에 주문 마감을 한다. 자기 전에 주문하고 깨어나서 받는 셈이다. 온라인 쇼핑의 가장 큰 단점인 구매 시점과 상품 수령 간 시간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이 때문에 낮에 쇼핑할 시간을 내기 어려운 맞벌이 부부와 1인 가구 직장인이 특히 선호한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새벽배송 이용자의 약 65%가 30~40대 여성”이라며 “요즘에는 20대 남성 직장인과 50~60대 중장년층의 이용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새벽배송 시장이 커지자 기존 e커머스, 마트, 슈퍼 등에 이어 백화점과 TV 홈쇼핑까지 뛰어들고 있다. 새벽배송이 ‘틈새시장’에서 ‘유통의 격전지’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현대백화점은 작년 7월 국내 백화점 중 처음 새벽배송에 나섰다. 식품 자체상표(PB) ‘명인명촌’과 가정간편식(HMR) ‘원테이블’을 배송해준다. 롯데백화점 또한 올초부터 서울, 경기 지역에 반찬 새벽배송을 시작했다.

홈쇼핑 중에선 롯데홈쇼핑이 한두 달 안에 처음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현재 새벽배송 전담 조직을 구축 중이다. 밤 10시까지 주문을 받고, 다음날 오전 7시 이전에 배송 작업을 완료하는 시스템을 마련하기로 했다. 채소·과일·고기 등 신선식품부터 샴푸와 기저귀 등 생필품까지 300~500개 상품을 판매하기로 했다. CJ ENM 오쇼핑 부문도 올 하반기 새벽배송 서비스에 나서기로 하는 등 다른 홈쇼핑들도 올해 안에 새벽배송 시작을 검토 중이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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