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하는 새벽배송 시장
(上) 3040세대 라이프 스타일 확 바꾼 새벽배송
새벽배송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올해 1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서울 장지동 마켓컬리 물류센터에서 한 직원이 택배 발송 준비를 하고 있다.  /김보라 기자

새벽배송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올해 1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서울 장지동 마켓컬리 물류센터에서 한 직원이 택배 발송 준비를 하고 있다. /김보라 기자

갓 만든 반찬, 부모님께 보낼 보양식, 바다에서 직송한 해산물, 아이들의 학교 준비물까지…. 서울과 경기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요즘 이 모든 걸 잠들기 전 주문하고, 잠에서 깰 때 배송받을 수 있다. 2015년 처음 등장한 ‘새벽배송’은 30~40대의 라이프 스타일을 완전히 바꿔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새벽배송 등장 후 온라인을 통한 식품 구매는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온라인 식품거래액은 지난해 13조190억원으로 전년 대비 28.2% 성장했다. 이 중 농축수산물 거래액은 2010년 6813억원에서 2017년 2조650억원으로 3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가구당 식품 구매액도 오프라인은 2014년 468만5359원에서 2017년 464만516원으로 줄어든 반면 이 기간 온라인 구매액은 10만6097원에서 20만4062원으로 약 2배로 늘었다.
밤에 고른 메뉴가 아침 식탁에…아마존도 두손 든 '새벽배송' 1兆로 쑥쑥

대한민국의 아침을 바꾸다

새벽배송은 마켓컬리가 ‘신선식품 샛별배송’이란 이름으로 4년 전 처음 시작했다. 당시 택배는 2~3일, 빠른 배송도 최소 하루가 걸릴 때였다. 책 및 공산품이 아닌, 신선식품을 전날 밤 주문받아 2~3시간 만에 배송하는 서비스를 내놓자 물류업계는 ‘미친 짓’이라고 입을 모았다. 소비자들은 열광했다. 마켓컬리 매출은 2015년 29억원으로 시작했지만 지난해 1000억원을 돌파했다. 현재 헬로네이처, 쿠팡 등은 물론 이마트, 롯데슈퍼 등 기존의 유통 강자들까지 가세했다.

새벽배송은 30~40대 워킹맘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성장했다. 새벽배송의 핵심은 ‘신선한 먹거리를 출근 전에 배송받아 냉장고에 넣어놓고 출근하는 것’이다. 이전까지의 식품 배송은 오후 시간대에 불규칙적으로 도착했다. 퇴근 후 택배 상자를 열어보면 냉장·냉동식품은 녹아서 물이 흥건하게 젖어 있거나 변질된 식품도 많았다. 새벽배송 서비스를 주 2회 이상 이용한다는 30대 정희윤 씨는 “마켓컬리, 헬로네이처가 대형마트에 비해 결코 싸지 않지만 돈을 조금 더 내더라도 신선한 상품을 받아 냉장고에 정리해놓고 출근할 수 있어 반복적으로 구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말 장볼 시간에 운동·여행

4~5년 전까지 30~40대 맞벌이 부부의 주말은 주로 대형마트 주차장에서 시작됐다. 30~40분씩 대기하다 겨우 마트에 들어가면 전쟁을 치르듯 카트를 채우고, 계산대에서도 줄을 서야 했다.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는 이런 풍경이 많이 사라졌다. 새벽배송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주말에 장 보던 시간에 짧은 여행을 즐기거나 문화생활을 하고, 자기계발을 위한 공부와 운동 등에 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새벽배송이 대중화하면서 업체별로 서비스를 비교해가며 사용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수입 및 프리미엄 식재료·산지 직송 제철 음식이 필요할 땐 마켓컬리 또는 헬로네이처에서 주문하고, 생필품과 반복적으로 자주 사는 제품이 필요할 때는 2만7000종이 있는 이마트 및 롯데슈퍼 GS리테일 쿠팡을 이용하는 식이다. 80세를 넘긴 노부모가 있다는 회사원 김민섭 씨는 “부모님과 떨어져 살고 있어 자주 못 찾아가는 대신 ‘더반찬’ 사이트에서 갓 만든 반찬과 국, 탕 등을 대신 주문해 보내드리곤 한다”며 “아이들의 급한 학교 준비물부터 부모님에게 필요한 반찬까지 단 몇 시간 만에 도착하기 때문에 일상의 많은 스트레스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아마존도 못 뚫은 신선식품 새벽배송

한국의 새벽배송 시장은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성공 사례로 꼽힌다. 미국 아마존도 수년째 눈독을 들이며 신선식품 배송 혁신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아마존은 2007년 자체 트럭으로 달걀, 고기, 딸기 등 신선식품을 집 앞까지 배송해주는 ‘아마존 프레시’ 사업을 시작했다가 고배를 마셨다. 연회비 299달러(약 30만원)가 드는 데다 약속한 시간에 당일 배송한다는 약속이 지켜지지 않아서다. 2017년에는 보안카메라 ‘클라우드캠’을 활용해 배송기사가 빈집 냉장고까지 들어와서 정리하고 가는 ‘집안 배송(인-홈 딜리버리)’도 선보인 바 있다. 하지만 보안 문제 등으로 활성화되지 못했다. 아마존은 지난해 말 홀푸드마켓을 인수하면서 주문 후 2시간 내 배송해주는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를 신선식품과 연계한다는 전략을 내놨다. 차윤지 삼정KPM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물류 배송시스템의 발달이 국내 온라인 식품 시장을 확대시킨 결정적 요인”이라며 “지리적 영향과 배송시스템 미비로 아마존 프레시는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일본 역시 편의점을 중심으로 제한적 신선식품 배송서비스를 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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