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무한한 책임감 느낀다"

313개 기업 '슈퍼주총데이'
< 현대모비스 화상 이사회 > 현대모비스는 22일 서울 역삼동 본사에서 글로벌 콘퍼런스 이사회를 열었다. 노르웨이에 있는 카를 토마스 노이만 사외이사는 화상 연결로 이사회에 참석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앞줄 왼쪽)이 브라이언 존스 사외이사(오른쪽)와 얘기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제공

< 현대모비스 화상 이사회 > 현대모비스는 22일 서울 역삼동 본사에서 글로벌 콘퍼런스 이사회를 열었다. 노르웨이에 있는 카를 토마스 노이만 사외이사는 화상 연결로 이사회에 참석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앞줄 왼쪽)이 브라이언 존스 사외이사(오른쪽)와 얘기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제공

이변은 없었다.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의 ‘완승’이었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는 과도한 배당과 함께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사외이사 선임까지 요구하며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벌였지만 ‘완패’했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가 22일 연 주총에서 각사의 배당 및 사외이사 선임 안건은 모두 이사회 원안대로 통과됐다. 엘리엇이 제안한 안건은 표 대결 끝에 전부 부결됐다.
현대차, 엘리엇에 완승…주총 표대결 배당·이사 선임 모두 원안 통과

주주들은 현대차의 주당 3000원(찬성률 86.0%), 현대모비스의 주당 4000원(85.9%) 배당 안건에 압도적인 찬성표를 던졌다. 현대차에 주당 2만1967원, 현대모비스에 주당 2만6399원의 배당을 요구한 엘리엇의 주주제안은 각각 13.6%, 13.7%의 찬성을 얻는 데 그쳤다.

관심을 끈 사외이사 선임 표결도 싱겁게 끝났다. 현대차(3명)와 현대모비스(2명) 이사회가 추천한 후보들이 압도적 지지(찬성률 77.3~91.4%)를 받았다. 엘리엇이 내세운 후보(현대차 3명, 현대모비스 2명)는 모두 떨어졌다. 현대모비스 이사 수를 기존 9명에서 11명으로 늘리자는 엘리엇의 제안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은 이날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대표이사에 올랐다. 1999년 현대차 자재본부 구매실장으로 입사한 지 20년 만이다. 이번에 주요 계열사 대표까지 맡으면서 본격적인 ‘정의선 시대’가 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최근 한국경제신문 기자와 만나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 어깨가 무겁다”고 말했다.

엘리엇 공세 뚫은 현대車 '정의선 대표이사' 체제로…"어깨 무겁다"

“오늘은 현대자동차와 엘리엇매니지먼트가 대결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우리는 현대차 주주인 사실이 자랑스럽습니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의 대리인은 22일 현대차 주주총회가 시작되기 전 이같이 말했다. 현대차그룹에 ‘표 대결’을 선전포고했던 엘리엇이 180도 다른 발언을 내놓은 것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은 “엘리엇이 완패를 예감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예상대로 현대차그룹과 엘리엇의 표 대결은 싱겁게 끝났다. 이날 열린 현대차 및 현대모비스 주총에서 엘리엇이 제안한 안건은 모두 부결됐다. 찬성률 30%를 넘은 안건이 하나도 없을 정도다.
현대차, 엘리엇에 완승…주총 표대결 배당·이사 선임 모두 원안 통과

안건마다 완패한 엘리엇

현대차는 이날 주총에서 배당 및 사내·사외이사 선임 등 안건을 처리했다. 이사회가 제안한 배당안(보통주 기준 주당 3000원)이 86.0%의 찬성률로 통과했다. 보통주 주당 2만1967원을 배당하자는 엘리엇 제안에는 13.6%만 찬성했다. 한 주주는 “주주로선 배당을 많이 받으면 좋지만 엘리엇이 요구한 제안은 독이 든 성배이자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자는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사외이사 선임안도 현대차의 완승이었다. 이사회가 추천한 윤치원 UBS그룹 자산관리부문 부회장, 유진 오 전 캐피탈그룹 인터내셔널파트너, 이상승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모두 77~90% 수준의 찬성률로 통과됐다. 엘리엇이 내세운 로버트 랜들 매큐언 밸러드파워시스템 회장 등 3명의 후보에 찬성한 주주는 20%도 안 됐다.

현대모비스 주총도 마찬가지였다. 보통주 주당 4000원을 배당하겠다는 이사회 안에 주주 85.9%가 지지했고, 주당 2만6399원을 배당하자는 엘리엇 안에는 13.7%만 동의했다. 이사회 정원을 9명에서 11명으로 늘리자는 엘리엇의 제안도 찬성률이 26.3%에 그쳐 부결됐다. 이사회 정원을 늘리는 방식으로 자신들이 추천한 후보를 입성시키려던 전략이 무산된 것이다.

사외이사 선임을 둘러싼 대결 역시 일방적으로 끝났다. 회사 측이 제안한 후보(카를 노이만 전 오펠 최고경영자, 브라이언 존스 아르케고스캐피털 공동대표)는 모두 90% 이상의 지지를 받고 이사진에 합류했다. 로버트 앨런 크루즈 카르마 최고기술책임자 등 엘리엇이 제안한 후보 2명의 찬성률은 20%대에 그쳤다. 이 밖에 두 회사의 재무제표 승인, 정관 변경, 사내이사 선임 등의 안건은 모두 이견 없이 이사회가 제안한 대로 통과됐다.

증권업계에서는 엘리엇이 무리한 배당을 요구한 데다 이해상충 논란이 있는 인물을 사외이사로 앉히려다 시장의 반발을 샀다는 분석이 나온다. 엘리엇은 주총 직후 대변인 명의 논평에서 “현대차그룹의 발전을 위해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으로도 현대차그룹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겠다고 선언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의선 부회장 “수익성 회복에 최선”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이날 주총 이후 이사회를 열어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정 수석부회장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대표이사를 맡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최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본지 기자와 만나 “(대표이사를 맡게 돼)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 어깨가 무겁다”고 했다. 그는 이날 양사 이사회에서도 “대표이사로서 경영에 책임지는 걸 피할 생각이 없다”며 “주주들에게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주주들의 얘기를 귀담아듣고, 엘리엇의 제안도 필요할 경우 참고하겠다”며 “주주들과 직접 만나는 등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의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그는 “지난해 현대차를 비롯한 계열사의 수익성이 많이 나빠졌다”며 “대표이사를 맡게 된 만큼 수익성 회복에 책임감을 갖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병욱/장창민/박종관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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