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허라미 기자 rami@hankyung.com
그래픽=허라미 기자 rami@hankyung.com
청주국제공항을 기반으로 한 저비용항공사(LCC) 에어로K의 출범은 이시종 충북지사와 장선배 충북도의회 의장 등 지역 정계와 시민단체 등 충청권 민심이 하나로 결집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 규제 개선을 지원한 감사원의 공도 빼놓을 수 없다. 에어로K도 향후 지역 인재 채용과 지상조업 자회사 설립 등을 통해 충청권 지역경제 활성화에 나선다는 목표다.

중부대와 세명대, 세한대 등 충청권 16개 대학 학생 대표 50여 명은 지난 2월 25일 충북 청주 율량동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 대회의실에 모였다. ‘청주공항 거점항공사 유치 기원 충청권 대학생 7000명 서명지 전달식’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변재일 민주당 충북도당위원장에게 7000명이 서명한 서명지를 전달한 뒤 거점항공사 유치와 지역 항공산업 활성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도 열었다. 이날 서명지를 전달한 중부대 항공서비스학과 김지호 씨는 “항공인을 꿈꾸는 충청권 학생들은 전공을 살려 일하고 싶어도 일할 곳이 없다”며 “예비 항공인이 항공전문가의 첫걸음을 내딛기 위해서는 청주공항을 모(母)기지로 하는 항공사가 반드시 설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 위원장도 학생들로부터 전달받은 서명지를 국토교통부에 전달하는 등 에어로K의 면허 발급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펼쳤다.

충북과 충남, 대전, 세종 등 충청권 4개 시·도의회 의장단도 앞서 지난 1월 청주공항 거점항공사의 항공 운송면허 발급을 촉구하는 공동 건의문을 채택했다. 충청권 10개 상공회의소도 이 같은 내용의 건의문을 발표하는 등 지역 정계와 경제계가 LCC 유치에 총력을 기울였다. 충북항공관광산업육성범도민추진위원회와 청주시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등 시민단체도 잇달아 건의문과 성명서를 내놓으며 힘을 보탰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충북 청원)이 발의한 항공운송사업자 면허 기준의 ‘사업자 간 과당 경쟁 우려’ 조항을 삭제하는 법안이 국회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항공사 면허 기준의 하나인 과당경쟁 우려 요건의 기준이 모호해 불합리한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고 보고 이 기준을 빼기로 결정한 것이다. LCC 등 새로운 항공사가 진입하면 새 일자리가 창출되고 항공기 정비업 등 관련 분야 고용이 확대되는 것은 물론 사업자 간 경쟁을 통해 항공서비스 품질도 높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감사원이 ‘일하는 공직문화’ 조성을 위해 공무원들에 대한 ‘사전 컨설팅’ 제도를 운영한 게 제도 개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사전 컨설팅은 항공운송사업자 면허 발급 권한을 쥔 국토부 등 중앙부처나 광역자치단체에서 제도나 규정 등이 불분명해 의사결정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 감사원이 검토해 의견을 제시하고, 컨설팅 내용대로 업무를 처리하면 향후 감사 과정에서 책임을 면제해 주는 제도다.

최재형 감사원장은 “열심히 일하는 공직자가 우대받아야 하는데 열심히 일하다가 외려 감사받는 상황은 없어야 한다”며 “공직사회가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업무상 저지른 실수에 대해 개인 비위가 아니라면 감사 과정에서 책임을 면제해 주는 적극행정면책 제도가 항공시장 규제 완화에 도움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청주공항을 거점으로 한 항공 운송면허 발급에 성공한 에어로K도 충청권 인재 채용 등을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에 나설 방침이다. 이르면 올 연말, 늦어도 내년 1분기(1~3월) 국제선 취항에 나설 계획인 만큼 연말까지 200~300명 수준의 신규 채용이 이뤄질 전망이다. 에어로K는 취항의 마지막 관문인 운항증명(AOC·안전면허) 발급을 준비하고 있다.

AOC는 국토부가 인력과 장비·안전운항체계 등을 최종 평가해 발급한다. 취항 지역이 넓어지는 3년차엔 에어로K의 고용인원이 500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에어로K는 직원들에게 LCC 중 최고 수준의 처우를 제공할 계획이다. 동북아 최고 LCC라는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에어로K 관계자는 “인건비로 아낄 수 있는 비용은 운영과 마케팅 혁신으로 창출하는 효과에 비해 미미하다”며 “수평적이면서도 젊은 에어로K만의 기업문화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에어로K는 다양한 항공 관련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공항 내 지상조업과 기내식·기내물품 판매 등을 전담하는 기내사업 관련 법인도 신설할 계획이다. 국내 1위 LCC인 제주항공은 이미 호텔(홀리데이 인 익스프레스 서울 홍대)과 지상조업(제이에이에스·JAS) 등을 운영하며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