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서 웅진코웨이로 社名 변경
코웨이 인수자금 22일 모두 지급
6년 만에 코웨이 되찾은 윤석금…그 동력은 '평판'이었다

2013년 10월.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배임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었다. 검사는 그를 여느 범죄자처럼 악인으로 취급했다. 윤 회장이 자신이 쓴 책도 가져다주고, 아니라고 해도 믿지 않았다. 윤 회장은 이 사람을 설득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편지를 쓰기로 했다. 맨손으로 기업을 일군 과정, 양심을 걸고 투명하게 경영한 얘기,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했던 실수를 인정하는 내용 등을 솔직하게 편지에 담았다. 인간적이고 감성적인 톤이었다.

조사를 마치고 나오던 날 검사는 윤 회장에게 말했다. “참 잘 사셨네요.” 그의 진심이 통했다. 자식과 같은 코웨이를 되찾는 긴 여정은 그날 쓴 한 장의 편지에서 시작됐다. 코웨이는 21일 주주총회를 열고 회사명을 ‘웅진코웨이’로 바꿨다. 윤 회장이 코웨이를 다시 인수한 것은 그가 쌓아놓은 ‘평판의 힘’ 덕분이라고 업계에서는 평가하고 있다.

“개인 비리는 전혀 없네요”

6년 만에 코웨이 되찾은 윤석금…그 동력은 '평판'이었다

웅진그룹은 22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코웨이 인수자금을 지급한다. 2013년 그룹을 살리기 위해 매각한 주력 계열사가 다시 웅진의 품으로 돌아오는 마지막 절차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기업을 이전에 경영하던 기업인이 되찾는 드문 사례다. 코웨이를 되찾는 데 가장 큰 힘이 된 것은 윤 회장이 기업을 경영하며 쌓은 평판과 그가 일궈놓은 기업(코웨이)의 가치였다.

윤 회장은 그룹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뒤 피고인으로 조사를 받았다. 어느 날 변호사는 윤 회장이 쓴 책(긍정이 걸작을 만든다)을 한 권 달라고 했다. 윤 회장의 경영철학 등을 담은 책을 통해 어떤 원칙으로 경영했는지 알리고 선처를 구할 전략이었다. 검사에게 책을 건넸다. 검사는 “그럴(책 읽을) 시간 없습니다”고 잘라 말했다. 검사가 ‘잠재적 범죄자’가 쓴 책을 읽을 것을 기대하는 것은 애초에 무리였다.

윤 회장은 진심을 담아 편지를 썼다. 조사가 끝나던 날 검사는 윤 회장에게 이렇게 말했다. “기자들이 기다리고 있는데 투명경영에 대해 얘기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조사 결과 윤 회장의 개인 비리는 한 건도 없었다.

검찰은 웅진 사건을 발표하면서 이례적으로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고, 윤 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기업 정상화를 추진했다”며 불구속 기소한다고 밝혔다. 윤 회장이 구속을 면하고 기업 회생에 직접 나설 수 있게 된 계기였다.
6년 만에 코웨이 되찾은 윤석금…그 동력은 '평판'이었다

법정관리 때 오히려 금융권 신뢰 얻어

웅진을 다시 살리는 것은 쉽지 않았다. 채권단은 윤 회장에게 모든 것을 내놓으라고 압박했다. 윤 회장이 자녀에게 오래전 증여한 주식까지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처음이자 마지막 증여였다. 윤 회장은 “내 잘못인데 아이들까지…”란 생각에 목이 메었다.

윤 회장은 자녀들을 불러놓고 말했다. “채권단이 너희들 주식까지 내놓으라고 한다.” 자녀들은 흔쾌히 주식을 내놨다. 주식은 물론 웅진코웨이를 비롯해 웅진식품 등 알짜 기업을 모두 팔아 빚을 갚았다. 채권단 요구를 모두 들어줬다. 채권은행들은 그를 믿기 시작했다. ‘신뢰’라는 평판을 쌓은 계기였다.

지난해 초 웅진그룹이 코웨이 인수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자금력을 의심하는 사람이 많았다. 심지어 인수계약을 체결한 뒤에도 1조7000억원에 이르는 인수자금을 마련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윤 회장은 과거 쌓아놓은 금융회사들과의 신뢰를 믿고 밀어붙였다. 결국 웅진그룹은 인수자금을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웅진그룹 관계자는 “법정관리 때 채권단 요구를 다 들어준 것이 금융권에서 신뢰도가 높아진 계기가 됐다. 이런 평판이 인수자금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렌털사업에 대한 집념

웅진그룹이 렌털업체 인수를 추진한 것은 코웨이가 처음이 아니다. 이번에 코웨이를 함께 인수한 스틱인베스트먼트와 2016년 동양매직(현 SK매직) 인수전에도 참여했다. 이 입찰에서는 SK네트웍스에 패했다. 스틱은 이때부터 윤 회장의 렌털사업에 대한 경험과 경영능력을 높이 샀다. 코웨이를 되찾아오는 데 결정적 투자자 역할을 한 것도 스틱이다.

윤 회장은 한국형 생활가전 렌털사업 모델을 설계한 전문가다. 사업 모델은 물론 코디(제품 관리 서비스 인력) 시스템 등이 모두 그의 발상에서 시작됐다. 현재 사업도 그가 만들어놓은 모델 그대로다. 1989년 설립된 코웨이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렌털사업을 시작한 이후 줄곧 1위를 지키고 있다. 스틱은 웅진코웨이 경영도 윤 회장에게 모두 맡기기로 했다. 윤 회장은 “앞으로 다양한 사업을 통해 코웨이를 더 혁신적인 회사로 키워가고 싶다”고 말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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