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전환 후 첫 M&A
인수가격 1700억원 안팎
마켓인사이트 3월 21일 오후 4시15분

[단독] [마켓인사이트] 재출범한 우리금융, 동양·ABL운용 인수

우리금융지주(13,850 -1.07%)동양(1,985 +0.25%)자산운용과 ABL글로벌자산운용(옛 알리안츠자산운용)을 인수한다. 지난 1월 14일 우리금융지주가 재출범한 뒤 첫 인수합병(M&A)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중국 안방보험과 매각주관사인 JP모간은 동양자산운용과 ABL자산운용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우리금융을 선정했다. 우리금융은 두 회사를 합쳐 인수가로 1700억원가량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곳은 안방보험이 최대주주인 동양생명과 안방에셋매니지먼트의 자회사다. 두 회사가 매물로 나온 것은 중국 정부가 안방보험을 사실상 통제하며 외국 자산 매각 등 구조조정을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동양자산운용의 자산 규모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994억원으로 업계 13위, ABL자산운용은 351억원으로 43위다. 두 회사를 합하면 자산 기준 8위권에 해당한다. 우리금융에 편입돼 우리은행 등과 시너지를 내면 자산운용업계에서 곧 ‘톱5’에 진입할 것이란 게 금융투자업계의 예상이다.

우리금융은 우리은행 등 6개 자회사와 우리카드 우리종합금융 등 17개 손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우리금융에서 우리은행 비중이 99%를 차지할 정도로 은행 비중이 압도적이다. 이 때문에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지난 1월 지주 출범식에서 “비은행 부문 비중을 높이기 위해 자산운용사 부동산신탁사 저축은행 등의 M&A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은 이번에 자산운용사 두 곳을 한꺼번에 사들이면서 하이자산운용 인수전에서는 발을 빼기로 했다. 우리금융은 비은행 금융사 M&A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금융그룹의 면모를 갖춰나가기로 했다.
[단독] [마켓인사이트] 재출범한 우리금융, 동양·ABL운용 인수

'손태승의 힘'…지주 출범 두달 만에 M&A 성공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사진)은 지난 1월 지주사 체제 전환을 공식 선포한 뒤 약 2개월 여만에 동양자산운용과 ABL글로벌자산운용 인수라는 성과를 내게 됐다. 당시 지주사 전환 선포식에서 손 회장은 “앞으로 1년 내 규모가 작은 자산운용사, 저축은행, 부동산신탁사 등부터 인수해 비은행 부문 포트폴리오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2~3년 내에 1등 금융그룹으로 올라서겠다”고 밝혔다.

[단독] [마켓인사이트] 재출범한 우리금융, 동양·ABL운용 인수

이를 위해 우리금융은 지난 8일 동양·ABL자산운용 매각 본입찰에 참여했다. 이번에 경쟁사인 대신증권을 근소한 가격 차로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우리금융이 동양·ABL자산운용 인수를 마무리하면 우리금융 계열사는 총 25개로 늘어난다. 우리금융이 계열사를 늘리는 것은 2014년 우리금융지주 해체 이후 5년 만이다.

우리금융은 자산운용사 인수를 통해 금융투자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금융은 2014년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을 우리아비바생명(현 DGB생명)과 함께 NH농협금융지주에, 우리자산운용은 키움자산운용에 매각했다. 현재 금융투자 관련 계열사는 우리PE자산운용과 우리종합금융 등 두 개뿐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우리금융이 자산운용사 인수에 성공하면 99%에 달하는 그룹 내 은행 의존도를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양·ABL자산운용이 우리금융그룹 브랜드와 우리은행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운용자산 규모를 단숨에 끌어올릴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우리은행도 자산운용사를 통해 펀드 상품을 적기에 조달해 펀드 판매를 확대할 수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계열사인 증권, 자산운용사들과 협업 시너지를 내는 다른 금융지주사와 달리 우리은행이 자산관리(WM)영업을 하는 데 제약이 있었다”며 “운용사를 계열사로 편입하면서 경쟁력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은 자산운용사를 시작으로 연내 부동산신탁사와 저축은행 등을 추가로 인수하면서 비은행 계열사 확보에 나설 예정이다. 하이자산운용 예비입찰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지만 이번 인수로 포기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현재 매물로 나와 있는 롯데카드 인수전에는 눈독을 들이고 있다.

우리금융이 인수합병(M&A)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했지만 표준등급 적용에 따른 자본비율 문제로 덩치가 큰 증권사, 보험사 등에는 공격적인 인수에 나서기 힘든 상황이다. 이에 따라 증권사나 보험사 등의 인수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한다는 게 우리금융의 전략이다. 지난 1월에도 손 회장은 “규모가 작은 금융회사는 직접 인수하고, 규모가 큰 매물이면 공동 인수한 뒤 자본비율이 회복되고 나서 50% 이상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동양자산운용과 ABL자산운용은 2015년과 2016년 모회사인 동양생명과 ABL생명(옛 알리안츠생명)이 차례로 중국 안방보험에 팔리면서 안방보험그룹에 편입됐다. 동양자산운용은 동양생명과 유안타증권이 각각 73%와 27% 지분을 갖고 있다. ABL자산운용은 안방에셋매니지먼트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안방보험이 동양·ABL자산운용을 한꺼번에 매물로 내놓은 건 해외 자산 정리의 일환이다. 안방보험은 글로벌 M&A로 몸집을 불렸으나 재무상태가 급격히 악화하면서 지난해 초 중국 산업구제기금으로부터 608억위안(약 10조2320억원)을 수혈받았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안방보험이 자산운용사 매각을 끝낸 뒤 한국 내 보험 계열사인 동양생명과 ABL생명도 매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금융이 안방보험과 거래 관계를 맺으면서 보험사 인수에 다소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 것도 동양·ABL자산운용 인수의 숨은 효과”라고 분석했다.

안상미/정영효 기자 sara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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