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대 양산 16개월 만에 성과
회로 크기 줄여 생산성 20%↑
경쟁사와 기술격차 1년 이상 벌려
삼성 '초격차'로 반도체 불황 돌파…세계 첫 3세대 10나노 D램 개발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 제품을 선보이며 ‘초격차 전략’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지난 1월 “어려울 때 진짜 실력이 나온다”고 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얘기가 하나둘 가시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21일 세계 최초로 ‘3세대 10나노급(1z) 8기가비트(Gb) 더블데이터레이트(DDR)4 D램’(사진)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2017년 11월 2세대 10나노급(1y) D램 양산을 시작한 지 16개월 만이다.

반도체업계에서는 같은 10나노급 D램이라고 하더라도 미세화 정도에 따라 단계를 구분한다. ‘10나노급’이라는 것은 선로 폭을 의미한다. 숫자가 작을수록 선로 폭이 더 좁아지기 때문에 만들기도 어렵다. 삼성전자는 정확한 미세화 정도를 공개하지는 않았으나 이번에 개발한 3세대 제품에서 처음으로 10나노 중반대(14~16나노)에 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1세대와 2세대는 10나노 후반대(17~19나노)였다.

경쟁사와의 격차도 1년 이상으로 벌렸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지난해 11월 2세대 10나노급(1y) D램 개발에 성공한 후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같은 2세대라고 하더라도 마이크론의 기술력이 SK하이닉스에 비해 떨어지는 만큼 마이크론과 삼성전자의 격차는 더 커지게 됐다. 초고가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사용하지 않고 기존 방식으로 미세화에 성공했다는 것도 의미가 크다.

기존의 2세대 제품과 비교해 생산성은 20% 높아졌다. 속도가 빨라지면서 전력 효율도 개선됐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3세대 10나노급(1z) D램 기반의 PC용 DDR4 모듈을 만들어 글로벌 CPU 업체로부터 모든 평가 항목에서 승인을 받아내기도 했다. 양산에 들어가기 전에 이미 글로벌 정보기술(IT) 고객의 수요를 확보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에 이 제품을 본격 양산하고, 내년에는 성능과 용량을 동시에 높인 DDR5, LPDDR5 등 차세대 D램을 본격적으로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이정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D램개발실 부사장은 “미세공정의 한계를 또다시 극복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글로벌 주요 고객들과 시스템 개발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협력해 차세대 라인업으로 시장을 빠르게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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