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1일 오전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가 한국 통화정책에 미칠 영향 등을 얘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1일 오전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가 한국 통화정책에 미칠 영향 등을 얘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통화긴축 종료 방침에 대해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비둘기적(통화 완화적) 결정”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 통화정책에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며 기준금리 인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선 검토할 단계가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21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FOMC 회의 결과는 예상보다 더 완화적이었다”며 “발표 직후 미국 국채 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한 점에 비춰보면 시장 전망을 뛰어넘었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미국은 기준금리 조정 없이 당분간 관망 기조를 이어갈 것 같다”며 “우리도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미국의 통화정책 기조가 늘 고려 사항이었는데 불확실성이 줄어들었다”고 덧붙였다.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자금 유출 가능성이 낮아진 만큼 한국도 당분간 금리 인상 카드를 접어두고 상황을 지켜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는 얘기다.

이 총재는 다른 해외 변수의 불확실성을 면밀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중국 경기 흐름이 중요하다”며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기가 이전보다 하강 리스크가 커진 점도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이 총재는 다만 일각에서 제기되는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선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못박았다. “한은이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로 2% 중반 수준을 제시했는데 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며 통화정책 방향을 돌릴 정도로 긴박한 상황은 아니라고 봤다. 오히려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금융불균형을 유념해야 한다”고 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12일 한국에 ‘명확히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주문한 것과 관련해서도 “지금 통화정책 기조는 완화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IMF 평가가 다르지 않다”며 금리 인하 주문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를 경계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FOMC의 금리 동결에 따른 신흥국 투자 심리 확대, 달러 약세 흐름이 반영돼 2원70전 내린 달러당 1127원70전에 거래를 마쳤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