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항만 내 기존 면세점의 기득권을 사실상 보호해 주는 법안이 발의돼 업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내년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면세점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신라면세점 등 기존 사업자에는 유리한 반면 새로 진입을 꾀하는 롯데면세점 등 신규 사업자에는 ‘진입 장벽’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6일 대표 발의한 관세법 개정안은 공항·항만에서 면세점을 운영 중인 사업자에 추가로 5년간 더 영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작년 말 관세법 개정 이전에 특허권을 얻은 기존의 출국장 면세점 사업권자에는 이 같은 특허권 연장이 허용되지 않았다. 그러나 추 의원은 공항·항만 면세 특허를 이미 취득한 경우에도 사업권을 연장할 수 있도록 적용 대상을 넓혀주는 방향으로 법안을 발의한 것이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존 5년 계약을 한 공항·항만 내 면세점들은 추가로 5년 또는 10년간 영업을 더 할 여지가 생긴다. 지난해 관세법이 개정되면서 대기업은 특허 연장을 한 번(5년), 중소·중견기업은 두 번(10년) 할 수 있어서다. 5년 계약기간이 끝난 공항·항만 내 면세점이 추가로 5~10년 더 영업하게 해 달라고 요구하면 공항·항만은 이를 수용해야 할지 검토해야 한다.

이 개정안이 논란을 불러온 것은 면세점업계의 최대 화두인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내 출국장 면세점 입찰 절차가 올해 말부터 진행되기 때문이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총 12개 구역 중 신세계면세점이 운영 중인 3개 구역을 제외한 나머지 9개 구역의 새 사업자가 정해져야 하는데, 이 법안이 통과되면 입찰 없이 기존 사업자가 5년 더 연장할 수 있다. 신규 진입을 꾀한 사업자 처지에선 또다시 5년을 기다려야 한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5년을 전제로 한 입찰을 해놓고 10년을 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득을 보는 곳은 기존 면세점 사업자들이다. 기존 대기업 사업자 중 신라면세점이 3개 구역으로 가장 크고, 신세계면세점과 롯데면세점도 한 곳씩 운영 중이다. 추 의원 법안을 찬성하는 한 면세점 관계자는 “공항면세점 대부분이 적자를 지속하고 있어 10년 이상 안정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인천국제공항 내 면세점은 지난해 매출 약 2조6000억원을 거둬 세계 공항 중 최고를 기록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