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방자치단체 금고 관리은행을 선정할 때 협력사업비(출연금)에 대한 배점을 낮추기로 했다. 대신 지자체 예금 금리에 대한 배점은 높이기로 했다. 정부는 과당경쟁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지만 금융계에선 금리를 둘러싼 또 다른 출혈경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협력사업비 배점을 줄이고 금리, 지역금융 인프라 등 다른 부문 배점을 높이는 내용을 담아 ‘금고지정 평가기준’을 개선한다고 20일 발표했다. 평가 기준(100점 만점)에서 협력사업비 배점은 4점에서 2점으로 축소했다. 협력사업비는 금고를 맡는 은행이 지자체에 내는 돈을 말한다. 행안부는 또 협력사업비가 순이자마진을 초과하거나 전년 대비 출연 규모가 20% 이상 증액되는 경우 보고하도록 했다.

행안부는 대신 금리 배점을 15점에서 18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김성기 행안부 재정정책과장은 “금고 관리은행을 선정할 때 협력사업비가 아니라 이자경쟁을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역주민 이용 편의성을 높인다는 취지에서 관내 지점, 자동입출금기(ATM) 등 ‘지점 수’에 대한 배점도 5점에서 7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국외평가기관의 신용도 평가 배점은 6점에서 4점으로 낮춰 지방은행을 배려했다. 행안부는 금고 선정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총점을 공개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해 서울시 금고를 둘러싼 은행들의 ‘출혈 경쟁’ 논란이 계기가 됐다. 서울시는 지난해 6월 신한은행, 우리은행과 시금고 업무 계약을 맺으면서 협력사업비로 4100억원을 받기로 했다. 직전 계약 때 협력사업비(1400억원)의 세 배여서 과다 출연이란 지적이 많았다. 협력사업비에 대한 과도한 지출은 상품 금리 인상 등 고객 피해로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또 지난 11일엔 대구 부산 등 6개 지방은행 행장과 노조위원장들은 “시중은행의 지자체 금고 싹쓸이 유치를 막아달라”며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에 대해 은행권 일각에선 ‘조삼모사’로 흐를 수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협력사업비를 둘러싼 눈치 경쟁은 줄어들지 몰라도 결국 서로 금리를 높이는 식의 ‘제 살 깎기’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국 243개 지자체 금고(일반회계 기준)는 현재 농협은행이 67.9%로 가장 많이 맡고 있고, 신한·KEB하나은행 등 시중은행이 17.7%를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14.4%는 경남 등 지방은행이 관리하고 있다.

임락근/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