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여가는 르노삼성 사태…협력사 "이러다 다 죽는다"
르노삼성자동차 사태가 점점 꼬이고 있다. 노사의 임금·단체협상이 좀처럼 타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프랑스 르노그룹 본사가 부산공장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로그의 후속 물량을 주지 않으면 수탁생산 계약이 끝나는 9월 이후엔 공장 가동률이 반 토막 날 판이다. 협력업체 사이에선 “이러다 다 죽게 생겼다”는 호소가 터져나오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 노사는 지난 8일 임단협 결렬 이후 추가 교섭 날짜조차 잡지 못했다. 기본급 인상 등 기존 임단협 안건에다 노조의 추가 요구까지 쏟아지면서 협상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당초 노사는 기본급 인상을 놓고 맞섰다. 노조는 지난 수년간 회사 실적이 좋아졌다는 이유를 들어 기본급 10만667원을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회사는 신차 배정을 앞둔 상황이라 기본급을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신 1인당 1720만원 규모의 일시금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노조는 되레 부산공장 근무 인원을 2300명에서 2500명 수준으로 늘리고 생산라인 속도를 늦춰달라고 역제안했다. 또 전환배치하거나 인력을 추가로 투입할 때 노조와 합의를 거치도록 단협을 바꾸자고 했다. 회사 측은 수용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노사 갈등이 장기화하고 있는 이유다.

노조는 파업 강도를 더 높이고 있다. 20일부터 22일까지 사흘간 주·야간조 4시간씩 공정별로 부분파업을 하기로 했다. 르노삼성 노조는 지난해 10월부터 지금까지 다섯 달 동안 44차례(168시간) 부분파업을 했다. 생산차질액만 1900억원에 달한다.

300여 곳에 달하는 르노삼성 협력업체(1차 협력사 기준)는 ‘초비상’이다. ‘르노삼성의 생산량 급감→협력사 공장 가동률 하락→영업이익 급감 또는 적자 전환→금융권 대출 회수→자금난’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굴레에 갇혔기 때문이다. 협력사 대표들은 이날 부산 지사과학산업단지에 모여 긴급 대책회의(사진)를 열었다.

부품사 대표들은 “르노삼성 노사분규가 언제 끝날지 몰라 미래 생산물량에 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정원영 삼영MT 대표는 “공장을 돌려도 남는 게 없다”며 “부산에 있는 자동차 부품사 중 흑자 기업은 10%도 안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장창민/부산=김태현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