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내 면세점에는 단체관광객, 제값 내고 사는 사람, 화장품 재고 등 3가지를 찾기 어려워요.”지난 2월 국내 면세점 매출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는 통계가 나온 18일 한 면세점 관계자는 이런 자조적인 반응을 보였다. 중국인 보따리상(따이궁)만 바라보는 ‘천수답 경영’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따이궁은 면세점에서 물건을 대량 구입한 뒤 자국으로 돌아가 마진을 남기고 판매하는 소규모 사업자를 말한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중국 단체관광객이 급감하자 활동하기 시작했다. 중국 내 한국 화장품 등 면세품 수요가 많은데도 한국 방문길이 막히자 이 수요를 따이궁이 채웠다.따이궁의 구매력은 막강하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방한 외국인이 면세점에서 쓴 1인당 평균 금액은 약 106만원에 달했다. 이 수치가 100만원을 넘은 것은 처음이다. 작년 2월 76만원 대비 40%나 뛰었다. 이 덕분에 국내 면세점은 월간 기준 사상 최대인 1조741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업계에선 이 매출의 약 70%를 따이궁이 채운 것으로 본다.따이궁 의존도가 커지면서 발생한 현상 중 하나가 ‘상시 할인’이다. 면세점은 구매액이 클수록 할인폭을 늘려 따이궁을 유인한다. 할인율은 10~30%에 달한다. 여기에 구매액의 10% 안팎 적립 혜택을 준다. 관세와 부가가치세 환급, 포인트 적립 등을 더하면 정상가의 절반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일반인은 상상도 못하는 저렴한 가격이다. “면세점에서 제값 주고 사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란 얘기가 나오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따이궁이 찾는 브랜드는 늘 재고가 달린다. 인터넷 면세점에선 ‘재고 없음’이 일상화됐다. “따이궁에게 우선 판매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한다.면세점들도 따이궁 특수가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일반 관광객에 비해 남는 게 많지 않다. 업계 1위 롯데면세점 실적만 봐도 그렇다. 2014년 9%를 넘은 영업이익률은 작년 4% 안팎에 불과했던 것으로 추산된다. 할인뿐 아니라 송객 수수료까지 지급한 영향이다. 작년 국내 면세점이 지급한 송객 수수료는 1조3181억원에 달했다.따이궁에 의존한 영업은 지속 가능하기 힘들다. 중국 정부가 따이궁에 규제의 칼을 빼들면 금세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자국 면세산업을 키우기 위해 하이난 등에서 면세 한도를 계속 늘리고 있다. 사드 보복 2년이 흘렀지만 중국은 온라인 단체여행, 단체비자, 전세기 및 크루즈 취항 금지 등 3불(不) 보복 조치를 풀지 않고 있다. 북한 핵 해결이 꼬이면서 우리 정부의 중국 경제외교도 실종됐다. 면세점들이 중국에만 의존하지 말고 동남아시아 등으로 시장 다변화에 적극 나서야 하는 이유다.ahnjk@hankyung.com
열흘 만에 4만5000개 팔린 대만 젤리, 누적 판매량 700만 개를 돌파한 일본 모찌롤….해외에서 수입돼 편의점 CU에서 ‘대박’을 터뜨린 간식거리다. CU가 지난 1년여간 해외에서 수입해 판매한 먹거리는 종류만 50여 개. 말레이시아에서 생산된 ‘카야잼 파이’부터 대만산 ‘누가 비스켓’에 이르기까지 10여 개 국가에서 들여온 상품들이다.편의점에서 글로벌 간식 대전이 벌어지고 있다. 해외여행을 다녀온 소비자가 현지에서 맛본 간식류를 구매하는 사례가 늘자 편의점들이 경쟁적으로 제품 수입에 나서고 있다.CU는 2017년 업계 최초로 해외 상품 직소싱 전담팀을 꾸렸다. 지난해 4월 선보인 모찌롤은 일본 현지 편의점에서 인기를 끈 상품이다. 국내 출시 후 지금까지 700만 개 넘게 팔렸다. 수입해 물류창고에 재입고한 횟수만 70회를 넘는다. 이달 8일 대만에서 직수입해 출시한 ‘대만 대왕젤리’는 출시 열흘 만에 전체 수입 물량 4만5000개가 모두 소진됐다. 18t 분량이다. CU는 추가 수입을 검토 중이다.GS25는 베트남 먹거리를 들여와 재미를 보고 있다. 베트남을 방문하는 국내 관광객이 늘자 여행객들이 꼽는 ‘먹킷리스트(반드시 먹어야 하는 현지 음식)’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달 출시한 베트남 비폰사의 쌀국수 용기면 ‘비폰 포띠가’는 20만 개가 팔렸다.GS25 관계자는 “베트남 다낭, 냐짱 등 수년 전부터 인기 여행지를 경험한 소비자가 구매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해외에서 직접 들여오는 상품군을 넓히기 위해 인기 관광지를 방문해 시장 조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세븐일레븐도 지난해 11월 글로벌 먹거리 직소싱팀을 신설해 상품 확장에 나섰다. 올해 상반기 일본 등 해외에서 인기 안주류를 도입해 ‘혼술족’(혼자 술 마시는 사람)과 ‘홈술족’(집에서 술 마시는 사람)을 우선 공략할 계획이다.편의점에서 선보이는 해외 먹거리는 주로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와 일본 등에서 생산된 상품이다. 한국인이 여행으로 많이 찾는 국가들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의 국가별 해외여행객은 베트남(42.2%) 말레이시아(33.1%) 일본(5.6%) 등에서 크게 늘었다.업계 관계자는 “수년 전 세계 과자 전문점이 인기를 얻을 때처럼 색다른 간식거리를 찾는 소비자가 다시 늘고 있다”며 “열대과일을 활용한 간식 등 더욱 이색적인 상품을 선보이려는 편의점 간 경쟁이 갈수록 뜨거워질 것”이라고 말했다.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
서울 공릉동에서 삼성동으로 출퇴근하는 10년차 직장인 A씨는 지난해 말부터 아침마다 스타벅스 커피를 마신다. 이전에는 바쁜 출근길이라 엄두도 못냈지만 집 근처 스타벅스 공릉DT(드라이브스루)점이 생기고, ‘마이 DT패스’에 가입하면서 가능해졌다. 스타벅스 앱(응용프로그램)에서 미리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면 차량 번호판을 자동 인식해 1분도 안 걸려 커피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스타벅스커피코리아가 지난해 6월 도입한 ‘스타벅스 마이DT패스’의 가입자가 9개월 만에 50만 명을 돌파했다. 스타벅스는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의 평균 대기 시간이 1분40초로 미등록 차량 대비 1분가량 감소했다고 18일 발표했다. 이 시간은 세계 스타벅스 DT매장 중에서도 가장 빠른 기록이다. 미국과 일본 등의 DT매장에서는 차량 1대당 진입부터 출차까지 평균 4분 이상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스타벅스 마이DT패스란 차량 번호판 정보를 스타벅스 선불식 충전 카드와 연동하는 서비스다. 스타벅스 DT매장을 이용할 때 신용카드나 현금을 낼 필요 없이 자동결제를 통해 주문한 메뉴를 바로 받아 출차하도록 했다. 차량이 진입하면 번호 자동인식 시스템이 미리 인지한다. 스타벅스 모바일 주문결제 시스템인 ‘사이렌 오더’로 사전 주문하면 별도의 주문 과정 필요 없이 바로 원하는 커피나 음식을 받아 출차할 수도 있다.선주문도 가능하다. SK텔레콤의 T맵 사용자가 운전 중에 “스타벅스 주문할게”라고 말하면 운전 경로에 있는 스타벅스 매장을 모두 안내해준다. 원하는 매장을 선택하면 차량 도착 5분 전에 주문 내역이 매장에 자동 전송되고 결제도 완료된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1분40초는 전체 DT매장 평균 시간이고, 앞차가 없다면 대기 시간은 15초 정도”라고 설명했다.스타벅스 DT매장은 전국 180여 곳이다. 스타벅스는 올해 신규 매장 100여 개 중 절반 이상을 DT매장으로 운영 할 계획이다. 현재 마이DT패스 이용자는 전체 DT매장 이용자의 40%다.백지웅 스타벅스 마케팅·디지털 총괄부장은 “주문과 픽업, 결제 과정이 간편해지고 차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줄어들어 이용자가 크게 늘었다”며 “DT 전용 상품 개발과 서비스 업그레이드를 더 강화하겠다”고 말했다.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