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빠진 자동차부품 산업을 위한 1조원 규모의 장기자금 지원이 오는 29일부터 시작된다. 장기자금 지원은 용처에 제한이 없고 중견기업도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업계에서 손꼽아 기다려왔다. 기업들의 자금난 해소에 일정 부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산업 전반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 없이는 ‘언 발에 오줌 누기’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단독] 車부품사 1兆 금융지원…자금난 숨통 트이나
18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금융위원회, 신용보증기금 등에 따르면 정부는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방식의 1조원 규모 금융 지원을 자동차부품 기업에 이달 29일부터 집행한다. 올해 지원 목표는 3500억원이다. 내년 3500억원, 2021년 3000억원을 추가 지원한다. 자금 수요가 예상보다 많으면 올해 지원액을 더 늘릴 가능성도 있다.

P-CBO는 신용도가 낮아 독자적으로는 대출이나 채권 발행이 어려운 기업의 채권을 정부가 인수한 뒤 신용보증기금의 신용 보강을 통해 시장에 매각하는 방식이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자동차부품 산업 활력 제고 방안’을 통해 약속한 3조5000억원 규모 금융 지원 방안의 핵심 대책이다. 현재 P-CBO를 제외한 다른 지원책은 시행되고 있다. 이 가운데 1조원 규모 우대보증 지원은 중견기업은 대상이 아니고 조달받은 돈은 대출 만기 연장 등에는 쓸 수 없어 업계의 자금 갈증을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반면 P-CBO는 자금을 자유롭게 쓸 수 있고 중소·중견기업 모두 이용 가능하다.

지원 문턱도 낮췄다. 통상 대출, 채권 발행은 신용등급이 BBB급은 돼야 가능하지만 이번 P-CBO는 BB- 이상도 이용할 수 있다. 중소기업은 P-CBO를 통해 신용등급에 따라 50억~150억원 정도 조달할 수 있다. 중견기업은 70억~250억원이다. 3년물 회사채를 발행하는 것이어서 상환 기간에 여유가 있는 편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관계자는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지원이 시작돼 다행”이라며 “다만 금리가 다소 높아 규모가 작은 기업에는 부담이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신용보증기금에 따르면 P-CBO 금리는 BBB 이상 기업은 연 3.0%, BB-는 연 4.6% 정도다.

자동차부품 산업은 중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 수출 부진, 완성차 생산 감소 등으로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90개 부품상장사의 영업이익률은 2014년 4.3%였으나 작년 3분기 1.8%로 곤두박질쳤다.

조철 산업연구원 산업통상연구본부장은 “금융 지원이 당장의 어려움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자동차업계 전반의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며 “자동차부품사는 해외 시장 개척을 적극 시도해 국내 완성차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완성차업계는 외국 차와 차별화된 기능과 성능을 개발하는 데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