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금융허브 경쟁력 순위는 문재인 정부 출범 직전인 2017년 3월 24위에서 이번에 36위로 2년 새 12계단 떨어졌다. 이전 정부와 달리 금융산업 육성정책을 펴지 않은 여파라는 게 금융계의 분석이다. 지금 정부는 금융을 저소득층 및 영세 자영업자 지원 통로 정도로만 여긴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영국 컨설팅그룹 지옌은 주요 도시의 국제금융허브 경쟁력을 평가할 때 세계 금융산업 종사자 대상 온라인 설문조사와 함께 비즈니스 환경 및 인적 자원, 인프라 등 외부 기관의 평가를 종합해 산출한다. 외부 기관의 평가에서 정부의 각종 규제 수준과 함께 금융산업의 총규모 및 성숙도 등도 주요 평가 항목 중 하나로 꼽힌다. 해당 도시를 중심으로 한 금융산업의 발전도 주요 평가지표라는 뜻이다. 글로벌 금융회사가 몰려 있는 뉴욕과 런던, 홍콩, 싱가포르 등이 매년 이 조사에서 최상위권에 오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 정부 들어 금융산업 발전과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금융당국의 두 가지 핵심 과제 중 금융소비자 보호로 완전히 무게중심이 넘어갔다는 것이 금융권의 공통된 지적이다. 문제는 금융소비자 보호를 명분으로 금융산업을 압박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국내 은행들은 지난해 13조8000억원의 순이익을 거둬 2007년 이후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등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지만 글로벌 은행과 비교하면 수익성 지표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정치권과 일부 시민단체는 국내 은행이 이자 장사로 ‘떼돈’을 벌고 있다고 비판했다. 금융당국도 올 들어 대출금리가 지금보다 0.27%포인트 낮은 새로운 대출상품을 출시하는 등 은행권을 압박하고 있다. 대출금리를 낮춰 은행들이 보는 손실은 최대 1조3000억원에 육박한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금융당국이 올초 도입하겠다고 밝힌 새 대출상품이 국내 은행 신용도에 부정적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자영업자 지원을 명분으로 내세운 카드 수수료 인하 및 자동차보험과 실손의료보험 등 보험료 인하에 대한 금융당국의 개입도 현 정부 들어 더욱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핀테크(금융기술) 육성 및 개인정보 활용 등에 대한 의지는 있지만 속도가 더딘 것도 경쟁력을 떨어뜨린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빅데이터 활성화를 위한 개인정보 규제 완화는 목소리만 있고 실천되지 않고 있다. 인터넷은행에 대해서도 소비자를 위한 금융혁신보다 중금리 대출 활성화를 위한 도구로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