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개인 비리 혐의로 해임된 카를로스 곤 전 르노그룹 회장이 맡았던 닛산자동차 회장 자리를 일단 공석으로 두는 쪽으로 정리됐다고 아사히신문이 18일 보도했다.

닛산차 경영구조 개선 방안을 논의해 온 외부 전문가그룹인 '거버넌스 개선특별위원회'는 전날 개최한 4차 회의에서 그동안 회장이 겸임하던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가 맡도록 제안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특별위원들은 곤 전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며 최고경영자로서 회삿돈을 함부로 쓰는 등 부정을 저지른 것이 결국은 이사회 감시기능 약화로 인해 발생했다고 보고 이 같은 방안을 제안하기로 했다. 아울러 이런 구조로 경영 체제가 바뀔 경우 역할이 줄어드는 회장 자리를 당분간 공석으로 두는 방안과 아예 폐지하는 방안을 거론했다.

특별위원들은 오는 27일 마지막 회의를 열어 최종안을 제시한다. 닛산차는 이 안을 토대로 올 6월 정기주총에서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겸임토록 한 정관을 바꿀 예정이다.

미쓰비시자동차와 3사 연합체(얼라이언스)를 구성하는 프랑스 르노그룹과 일본 닛산차는 곤 전 회장이 작년 11월 보수 축소 신고 혐의 등으로 일본 검찰에 체포된 뒤 닛산차 회장을 어느 쪽이 맡을지를 놓고 신경전을 벌여왔다. 르노 지분 15.01%를 보유한 프랑스 정부는 세나르 회장이 닛산차 회장을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닛산차는 특위가 제시하는 의견을 바탕으로 결정하자고 맞서 왔다.

르노는 의결권 있는 닛산차 지분 43.4%를 갖고 있고, 닛산은 의결권 없는 르노 주식 15%를 보유하고 있다. 이런 지분 구조 때문에 르노는 닛산차가 34.0%의 지분을 가진 미쓰비시자동차 경영에도 관여하고 있다.

한편 장 도미니크 세나르 르노그룹 회장은 18일 자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연합체가 오는 2022년에 1천400만대를 판매하겠다고 세운 중기목표를 수정하겠다며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 성장을 추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프랑스 르 피가로지와 함께 이번 인터뷰를 진행한 닛케이는 세나르 회장이 높은 판매 목표를 내걸고 외형 성장을 우선했던 곤 전 회장 체제와는 다른 경영 방침을 시사한 것이라고 전했다.

1999년 르노그룹이 경영위기에 빠진 닛산차를 구제하는 방식으로 출범한 르노·닛산연합은 2016년 닛산차의 미쓰비시자동차 지분 인수로 3사 연합이 되면서 연간 판매 대수가 1천만대를 넘어섰다. 외형 성장을 중시했던 곤 전 회장의 경영 체제에서 오는 2022년 판매 대수를 2016년 대비 40%가량 많은 1천400만대 이상으로 잡아 놓고 있었다. 그러나 외형 성장 위주의 경영이 닛산차의 완성차 검사 부정 사태를 낳는 등 부작용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닛케이는 "세나르 회장이 판매 목표 정의를 다시 하겠다고 했다"며 판매 목표를 하향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세나르 회장이 프랑스 정부가 원하는 3사의 경영통합 구상에 대해선 현 상태에선 검토하고 있지 않음을 재차 강조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닛케이는 프랑스 정부가 경영통합을 서두르도록 르노 측에 요구할 가능성은 있다고 예상했다. 닛케이는 세나르 회장이 4월 8일 열리는 닛산차 임시 주총에서 이사로 취임하고 6월 정기주총에서 닛산차 이사회 부의장을 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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