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연구개발(R&D) 센터인 대전 테크노돔 전경.  /한국타이어 제공
한국타이어 연구개발(R&D) 센터인 대전 테크노돔 전경. /한국타이어 제공
완성차 판매 부진 여파가 타어어업계로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 모두 지난해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거뒀다. 올해도 글로벌 자동차 시장 침체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타이어업체들은 전통적인 제조사의 틀을 깨고 앞다퉈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타이어 3사 나란히 실적 부진

18일 타이어업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매출 6조7951억원, 영업이익 7027억원을 올렸다. 전년 대비 각각 0.3%, 11.4% 감소했다. 한국타이어는 2012년 지주회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와 분할한 이후 영업이익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 영업이익 목표치는 7500억원으로, 지난해(8200억원)보다 내려 잡았다.

실적 펑크 난 타이어업계…살아남기 위해 틀을 깨다
금호타이어의 지난해 매출은 2조5584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11.1% 줄어들었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900억원을 기록했다. 2017년(1572억원)과 비교해 적자폭은 줄었지만 흑자 전환에는 실패했다. 이 회사는 2017년 1분기 이후 8분기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의 판매 부진이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넥센타이어는 지난해 매출 1조9840억원, 영업이익 182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0%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5% 줄었다. 순이익(1034억원)은 전년(1254억원) 대비 17.4% 급감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자동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타이어업체들도 덩달아 판매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세계 최대 생산기지인 중국의 지난해 자동차 생산량은 2781만 대로, 2017년에 비해 4.2% 줄었다. 중국의 자동차 생산량이 감소한 것은 28년 만이다. 세계 4위 자동차 생산국인 독일도 강화된 배기가스 측정 방식인 국제표준배출가스시험방식(WLTP) 적용에 따른 생산 지연 등으로 수출량이 줄어들면서 전년 대비 생산량이 8.7% 감소했다.

타이어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생산량이 감소하면 타이어업체의 신차용 타이어(OE) 공급 물량도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사명에서 ‘타이어’ 빼는 한국타이어그룹

타이어업체들은 전통적인 타이어 제조사에 머물러선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앞다퉈 사업 영역 확대에 나섰다. 가장 적극적으로 변화를 추구하고 있는 곳이 한국타이어다.

한국타이어그룹의 지주회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는 사명에서 ‘타이어’라는 단어를 빼기로 했다.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는 한국테크놀로지그룹으로, 한국타이어는 한국타이어&테크놀로지로 이름을 바꾼다.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와 한국타이어의 전신인 조선다이야공업이 설립(1941년)된 지 78년 만이다.

한국타이어는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작업도 준비하고 있다. 이 회사는 ‘고무제품 렌털임대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하고, 대형 버스나 트럭 소유자가 있는 곳으로 찾아가 타이어를 장착하거나 교체해 주는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세계 2위 자동차 공조시스템 회사인 한온시스템 인수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푸조·시트로엥의 서울 강남 판매권을 따내며 수입차 사업에 뛰어들었다.

업계 최초로 타이어 렌털 서비스를 시작한 넥센타이어는 지난달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국내 최초로 타이어 방문 장착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기 시작했다. 소비자는 대리점을 방문할 필요 없이 전화 예약을 통해 원하는 장소에서 타이어를 교체할 수 있다. 타이어 기술 경쟁력이 상향 평준화돼 제품으로 차별화하기 힘들어진 상황에서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해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계획이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