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반대 실망"…삼성물산 합병 때 벌처펀드 비하 '억울'
엘리엇 "현대차·모비스 배당 요구 수용해도 유동성 충분"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이 자신들의 요구대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가 배당을 하더라도 투자를 위한 양사의 유동성은 충분하다는 주장을 들고 나왔다.

또 자신들의 주주제안에 반대의 뜻을 피력한 국민연금에 대해서는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엘리엇 측은 18일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배당 요구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과 관련해 "현대차그룹은 (엘리엇이 제안한) 배당금 관련 안건을 충족시키고 나서도 투자를 위한 충분한 유동성을 갖추고 있다"고 답했다.

엘리엇은 오는 22일 열리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주총회에 배당 확대와 사외이사 추천 등의 안건을 제안해 현대차그룹 측과의 표 대결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엘리엇은 현대차에 보통주 1주당 2만1천976원(총 4조5천억원)의 배당을 제안했는데, 우선주 배당금까지 포함하면 배당총액은 총 5조8천억원에 달한다.

또 현대모비스에는 2조5천억원의 배당을 제안했다.

이와 관련해 엘리엇 측은 대변인 명의로 보낸 인터뷰 답변서에서 "현대차는 21조원 이상, 현대모비스는 10조원 이상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며 "(우리의) 제안을 받아들이더라도 총 현금 보유액의 25% 정도를 환원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가 제안한 배당을 한 뒤에도) 두 회사의 재무제표상 초과자본의 절반 이상은 유지된다"며 "순현금 자산을 경쟁사 기준으로 맞추고 미래 성장을 위한 충분한 투자 기회를 보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엘리엇 측은 "현대모비스와 현대차 모두 이사회의 독립성 및 책임 경영 문제로 주주들이 받아야 할 혜택을 주지 못하고 있다"면서 사실상 지배구조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다.
엘리엇 "현대차·모비스 배당 요구 수용해도 유동성 충분"
앞서 현대차그룹 측은 엘리엇의 주주제안이 향후 회사의 투자 확대 등을 고려하지 않은 터무니없는 요구라는 입장을 보였다.

또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도 지난 14일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회의를 열어 엘리엇의 배당 요구가 과도하다고 판단을 내리고 엘리엇의 사외이사 추천 등 제안까지 반대하기로 결정했다.

국민연금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사측이 제안한 배당, 사내·사외이사 선임, 감사위원 선임 제안에는 모두 찬성하기로 했다.

엘리엇 측은 이번 답변서에서 "우리 제안은 현대모비스와 현대차 이사회에 다양한 경험과 배경을 불어넣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국민연금이 우리 제안에 찬성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도는 실망스러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대모비스 이사회를 확대하고 주주가 제안한 독립적인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것은 사외이사 비율을 높이는 쪽으로 찬성표를 던진다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침과 같은 원칙을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현대차가 제안한 사외이사 후보는 기존 이사진과 크게 차별성을 찾을 수 없다는 점에서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엘리엇 "현대차·모비스 배당 요구 수용해도 유동성 충분"
이어 현대차 사측이 제안한 사외이사 후보들과 관련해 "윤치원 후보는 업계 경험이 전무하고 유진 오 후보는 애널리스트 경력만 있어 상장회사 이사로 재직한 실질적인 경험이 없으며, 이상승 후보는 경영인으로서 실질적인 경험이 없다"고 조목조목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제안한 사외이사 후보들은 "실질적인 경영진 경험과 이사 이력을 갖췄다"고 주장했다.

엘리엇 측은 주총 표 싸움에서 승산이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얼마나 많은 의결권을 위임받았는지 공개할 수는 없지만 우리측 제안에 많은 주주가 지지하는 것으로 확신한다"고 답했다.

이어 "모든 주주의 지지를 얻기 위해 적극적으로 최대한 많은 주주와 만나고 소통하고 있으며 의결권 대리행사를 위임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엘리엇 측은 외국계 사모펀드에 대한 한국 내 시선이 곱지 않은 점과 관련해서는 "우리의 투자 활동은 기업 본연의 가치를 현실화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주주제안 내용의 본질적인 부분과 논리에 주목해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특히 엘리엇 측은 "2015년 삼성물산 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했을 때 사람들은 벌처펀드(Vulture Fund) 등으로 우리를 부르며 비하했으나 결국 국민연금과 국내 펀드 등을 포함한 모든 소수 주주가 불공정한 대우를 받은 피해자였다는 것이 밝혀졌다"면서 자신들의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