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 동영상 불법 촬영·유포 논란을 빚은 가수 정준영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조사를 마친 뒤 청사를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성관계 동영상 불법 촬영·유포 논란을 빚은 가수 정준영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조사를 마친 뒤 청사를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여성들이 온라인쇼핑몰을 통해 몰카 방지 용품 구매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준영 사태로 인해 몰카 공포가 커졌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15일 온라인쇼핑몰 G마켓에 따르면 정준영 사태가 터진 이후 카메라탐지기 등 몰카 용품의 판매가 전년대비 333%나 증가했다. 몰카탐지기를 생산하는 업체인 코리아리서치 관계자도 몰카 탐지 용품에 대한 수요가 늘었고 공공장소뿐만 아니라 1인 가구나 일반 가정집의 몰카 탐지 의뢰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몰래카메라 탐지기 '자바레이' [사진=네이버 쇼핑 캡처]
몰래카메라 탐지기 '자바레이' [사진=네이버 쇼핑 캡처]
여성들의 몰카 공포는 정준영 사태에 2017년부터 급격히 확산됐다. 경찰청이 최근 5년간 성범죄 유형별 발생건수를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전체 14만880건 중 2만6654건(19%)이 몰카 피해였다. 지난해 상반기 검거된 몰카 피의자 1288명 중 무려 95%인 1231명이 남성으로 나타나 여성들의 몰카 공포는 일부 커뮤니티의 주장처럼 '호들갑'이 아닌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3월 당시 이철성 경찰청장은 전국 지방청에 사이버성폭력수사팀을 신설하며 5월에는 '여성악성범죄 집중단속 100일 계획'을 펼치는 등 여성을 대상으로 한 몰카 범죄 방지를 위해 잇달아 대책을 내놨다. 또한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9월 '디지털성범죄 피해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변형 카메라 수입·판매업 등록제 도입, 불법 영상물 신속 삭제·차단·유통 통제, 가해자 수사 및 처벌 강화를 골자로 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서울경찰청은 전파법 등 인증을 받지 않은 불법 몰카 수입 일당을 검거했다. 이들은 2015년 1월부터 8개월간 몰카 3568점을 수입해 7억9000만원 상당을 불법 유통했다. 초소형 카메라, 벽걸이 시계, 차 열쇠 모양 등 종류도 다양해 몰카를 유통하는 암시장이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정준영 사태를 통해 알 수 있듯 연인이나 지인 등 합의하에 가지는 성관계 중 발생하는 몰카 범죄에 대해서는 어떠한 예방 대책도 없는 상황이다. 결국 불안감을 느낀 여성들이 '몰카 방지 용품'을 마련하고 스스로 지키기 위한 행동이 관련 용품 구매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슈+] 정준영 트라우마가 불러온 씁쓸한 호황…몰카 방지 용품 매출↑
몰카 방지용품 구매 후기가 올라온 온라인 쇼핑몰
몰카 방지용품 구매 후기가 올라온 온라인 쇼핑몰
트위터 등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여성들의 구매 인증 사진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구매자들은 "몰래 카메라 공포증에 걸린 것 같다"며 "찰칵 소리만 나도 화들짝 놀라고 왜 이런 걸 사서 들고 다녀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분노했다.

화장실의 구멍을 막는 '퍼티'(유리창 틀을 붙이거나 철관을 잇는 데 쓰는 반죽 용품)도 불티나게 팔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여성들이 몰카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송곳과 실리콘, 퍼티 등을 선택하는 이유는 휴대성이 용이하기 때문"이라며 "크기가 작아 가방에 넣고 다닐 수 있어 여성들이 선호한다"고 말했다.
핸드폰에 붙이는 몰래카메라 안심패치 [사진=네이버 쇼핑 캡처]
핸드폰에 붙이는 몰래카메라 안심패치 [사진=네이버 쇼핑 캡처]
한 몰카 방지용품 판매업체 관계자는 "과거에는 주로 기업들이 기밀유지를 위해 몰카 방지 용품을 찾았지만 최근에는 개인들이 찾고 있다"며 "정준영 사태 이후에는 관련 용품 문의가 3배 정도 늘었다"고 말했다.

김여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피해지원국장은 "연인 간 성관계 중 촬영된 불법 영상물로 상담을 받는 경우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지만 몰카 피해를 인지하지 못했거나, 알고 있어도 신고하지 못하는 경우는 훨씬 많을 것"이라며 "불안피해도 사이버성폭력의 한 유형"이라고 했다.

이어 "몰카 촬영부터 유통까지 사이버성폭력 과정이 산업화돼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몰카 방지용품 판매율이 늘어난다는 건 이제 여성들이 스스로 자신을 지켜야 한다는 절박감이 수치로 나타난 것이기 때문에 관련 업계의 호황이 씁쓸하기만 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