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에 맞춰 쓰임새 좋은 크로스오버
-늘어난 숫자만큼 넓은 공간 활용성 돋보여


볼보차는 오래전부터 새로운 세그먼트를 향한 노력을 이어왔다. 도심과 레저활동의 범위가 넓어지고 수요가 증가하는 트렌드에 발맞춰 1997년 1세대 차종으로 첫 선을 보인 크로스컨트리가 주인공이다. 정확한 차명은 V70 XC다. 세단의 안정적인 승차감과 SUV의 주행성능 및 실용성을 결합한 형태다.
[시승]성공적인 이종교배, 볼보차 크로스컨트리

SUV에 대한 인지도가 높지 않았을 때 실용적인 크로스컨트리의 등장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볼보는 2002년 차명을 XC70으로 바꾸고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갔다. 이후 2007년 등장한 3세대 크로스컨트리는 전체 생산의 절반이 미국에서 팔릴 만큼 북미에서 높은 인기를 끌었다.
[시승]성공적인 이종교배, 볼보차 크로스컨트리

세그먼트 다양화가 중요시되면서 2014년부터는 제품 포트폴리오 전략 변화에 따라 정통 SUV 라인업인 XC레인지와 더불어 크로스오버를 상징하는 별도 라인업으로 바꿨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23년간 사람들의 꾸준한 인기를 받았던 힘은 무엇일까? 5시간에 걸쳐 제품을 보고 듣고 만져보고 운전하며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디자인&상품성
첫인상은 다른 볼보차에서 봤던 익숙한 모습이지만 지루함 및 따분함과는 거리가 멀다. 핵심은 비율이다. 여기에 이전 세대 대비 150㎜ 늘어난 길이(4,785㎜)와 71㎜ 줄어든 전면 오버행(872㎜), 100㎜ 늘어난 휠베이스(2,875㎜) 덕분에 역동적이면서 듬직한 체구를 완성했다. 세단보다 높되 SUV보다 낮다고 해서 자세가 어색한 건 아니다. 크로스오버가 보여줄 수 있는 참신하면서도 이상적인 모습을 가졌다.
[시승]성공적인 이종교배, 볼보차 크로스컨트리
[시승]성공적인 이종교배, 볼보차 크로스컨트리

자세히 살펴보면 곳곳에서 이전 차와 다른 특징을 찾아볼 수 있다. '토르의 망치'로 불리는 LED주간 주행등은 램프 바깥으로 돌출돼 강한 이미지를 완성했다. 커다란 아이언 마크와 입체적인 그릴은 단정하게 다듬은 앞 범퍼와 대조를 이루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옆은 V60보다 74㎜ 올라간 지상고와 뒤쪽으로 길게 늘린 차체 형상이 특징이다. 뒤는 리어램프와 트렁크 중앙에 자리 잡은 볼보 알파벳이 XC60의 모습이 떠오른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뒤 범퍼는 크로스컨트리 각인을 넣어 존재감을 나타냈고 휠 테두리를 비롯해 범퍼 아래에 덧붙인 두툼한 플라스틱 테두리는 험로 주행에 적합한 제품의 성격을 고려한 흔적이다.
[시승]성공적인 이종교배, 볼보차 크로스컨트리

실내는 최신 트렌드에 맞춘 세련된 멋을 잘 보여준다. 송풍구와 계기판, 센터페시아를 감싸며 수평으로 뻗은 나무는 모두 천연소재를 사용했고 주변을 두른 은은한 알루미늄 장식은 고급감을 높인다. 각종 정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풀디지털 계기판과 버튼을 최소화한 세로형 센터페시아 모니터는 볼보가 지향하는 기술의 흐름을 짐작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변속 레버 주변 버튼과 수납공간의 디자인, 적재적소에서 은은하게 빛나는 무드등과 바워스 앤 윌킨스 오디오 시스템의 조화는 차의 감성 품질을 한 단계 높여 준다.
[시승]성공적인 이종교배, 볼보차 크로스컨트리
[시승]성공적인 이종교배, 볼보차 크로스컨트리

늘어난 휠베이스 덕분에 1열과 2열 무릎 공간을 각각 10㎜, 45㎜ 더 확보할 수 있었다. 실제 눈으로 보는 차이는 상당했다. 성인 남성이 앉아도 공간에 대한 불만은 쉽게 나오지 않았고 머리 위도 부족한 부분을 찾기 힘들었다. 등받이 각도 조절이 안되는 부분은 아쉽지만 2열전용 공조장치 기능과 알찬 수납공간을 생각하면 용서가 된다. 트렁크는 기본 529ℓ이며 2열을 모두 접으면 최대 1,441ℓ 까지 늘어난다. 양옆으로 툭 튀어나온 부분이 없어 활용도가 높고, 차고가 낮아 짐을 넣고 빼기에도 쉽다. 이 정도면 웬만한 SUV 부럽지 않다.

▲성능
국내에는 최고 254마력, 최대토크 35.7㎏·m를 내는 직렬 4기통 2.0ℓ 터보차저 가솔린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 조합이다. 시동은 버튼이 아니라 변속레버 밑에 위치한 다이얼을 살짝 돌리는 방식이다. 계기판에 불이 들어온 뒤 차는 얕은 숨 고르기를 마친다. 가솔린차 특유의 정제되고 부드러운 가속감이 느껴진다. 가속페달 양을 늘려도 요란하게 존재를 알리지 않는다. 시종일관 차분하고 섬세하게 몸을 낮춘다.
[시승]성공적인 이종교배, 볼보차 크로스컨트리

그러나 심심하다고 여기면 착각이다. 운전 모드를 다이내믹에 놓으면 성격이 재빨리 전환돼 빠른 움직임을 보여준다. 고개가 뒤로 젖혀지거나 몸이 시트에 파묻히는 스릴은 조금 약하지만 눈치채지 못하게 속도를 올리는 성격은 분명하다. 제품 컨셉트를 잘 이해하고 세팅한 파워트레인이다.
[시승]성공적인 이종교배, 볼보차 크로스컨트리

변속기는 엔진 회전 구간에 맞춰 부드럽게 오가며 힘을 바퀴에 전달한다. 긴 차체도 민첩한 운전과는 거리가 멀다. 강도 높은 스릴은 기대하기 힘들지만 성격을 생각하면 치명적인 단점도 아니다. 반면 서스펜션 세팅은 다소 아쉽다. 성격이 예민해 도로 위 굴곡을 가감 없이 운전자에게 전달한다. 감쇠력 조절로 도로 위 상황을 의연하게 거를 수 있는 세팅이 필요하다.
[시승]성공적인 이종교배, 볼보차 크로스컨트리

크로스컨트리는 고속주행 상황에서 안락한 크루저로 변모한다. 바닥에 밀착해 달리는 과정은 세련되고 편안하며 언제나 힘이 남아돈다. 일정한 간격으로 유지하며 최고시속 140㎞까지 주행이 가능한 파일럿 어시스트 II 기능과 도로 이탈 완화 및 사각지대 경보 시스템, 충돌 회피 기능 등 폭넓은 안전 장비를 활성화하면 고속에서 믿음은 더 커진다.

▲총평
볼보차는 크로스컨트리를 두고 세단과 SUV의 장점만을 골라 만든 차라고 정의했다. 진부한 표현일 지 모르지만 정확한 설명이다. 세단의 안정적인 승차감과 부담 없는 크기, SUV의 실용성과 험로 주행 실력을 모두 누릴 수 있다. 누군가는 이도 저도 아닌 차라고 느낄 수 있지만 조금만 생각을 다르게 해보면 크로스컨트리만큼 다재다능한 차도 없다. 더군다나 개성과 다양성을 추구하는 요즘 시대와 격 없이 잘 어울리는 차다. 국내 판매 가격은 T5 AWD 5,280만원, T5 AWD 프로 5,890만원이다.
[시승]성공적인 이종교배, 볼보차 크로스컨트리
[시승]성공적인 이종교배, 볼보차 크로스컨트리

제천=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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