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수소경제 시대에 올라탈 채비를 하고 있다. 포스코 기술 개발의 ‘심장부’인 기술연구원을 중심으로 연구 속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 1월엔 철강부문 자동차소재마케팅실 아래에 ‘친환경차 섹션’을 신설하기도 했다. 정부가 2040년까지 수소차 620만 대를 생산(누적)하기로 하는 등 수소산업 육성 계획을 발표한 이후 관련 시장이 커질 것이란 판단에서다.
"수소경제 판 커진다"…길목 지키는 포스코
수소차용 금속분리판으로 시장 선점

포스코의 첫 타깃은 수소차다. 대표적 제품은 ‘포스470FC’라고 이름 붙여진 스테인리스스틸 소재. 수소차 연료전지에 들어가는 금속분리판을 만드는 데 쓰인다. 포스코는 지난해부터 이 제품을 현대자동차의 첫 수소차 ‘넥쏘’에 공급하고 있다.

포스470FC로 제작한 금속분리판은 이미 수소차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금속분리판은 연료전지 제조 비용의 최대 50%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이다. 연료전지에서 산소와 수소가 효율적으로 전기 반응을 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금속분리판은 스테인리스스틸 및 티타늄으로 된 몸체에 금 및 카본(탄소계 물질) 등을 코팅하는 게 일반적이다. 도요타의 수소차 ‘미라이’에 사용하는 금속분리판 소재도 티타늄에 카본을 코팅하는 구조다. 이에 비해 포스470FC로 만든 금속분리판은 코팅 공정 자체가 필요 없어 경제성이 뛰어나다는 설명이다.

김영환 포스코 기술연구원 강재연구소 연구위원(상무)은 “2006년부터 일찌감치 포스470FC 개발을 시작했다”며 “경제성뿐만 아니라 내식성과 전도성 모두 우수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라고 말했다.

차세대 강판인 ‘기가스틸’도 친환경 자동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포스코의 전략 제품이다. 기가스틸은 ㎟당 100㎏ 이상의 무게를 견딜 수 있는 소재다. 10원짜리 동전 크기(1㎠)의 철로 10t의 무게를 견딜 수 있다. 자동차 소재로 쓰면 알루미늄보다 가벼우면서도 강한 차체를 구현할 수 있다.

수소경제 대비 스테인리스스틸 시장 개척

포스코는 수소경제 인프라 확산에도 대비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수소경제 시대에 필요한 스테인리스스틸 시장을 새롭게 창출하는 게 목표다. 수소를 안전하게 생산·운반·저장할 수 있는 스테인리스스틸 소재를 개발해 상용화에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수소 수요 증가에 대비해 수소를 안전하게 운반할 수 있는 선박용 스테인리스스틸 소재를 개발한다는 구상이 여기에 속한다.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미 2014년 발전용 연료전지에 들어가는 금속분리판 개발을 완료했다. 정부는 재생에너지로 수소를 생산하고, 이 수소를 활용해 도심에 있는 발전용 연료전지에서 전기를 생산할 계획이다. 2040년까지 원전 15기 발전량에 해당하는 15GW급까지 발전용 연료전지 생산을 늘릴 예정이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
최정우 포스코 회장
포스코의 이 같은 행보는 신성장 사업으로 에너지 소재 부문을 강화하겠다는 최정우 회장의 구상과도 맞닿아 있다. 포스코는 계열사인 포스코켐텍과 포스코ESM을 오는 4월 합병하고 포스코케미칼로 사명을 변경한다. 2021년 매출 2조원을 달성해 포스코케미칼을 그룹의 대표 화학·소재 기업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