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촌치킨 신화' 주역…권원강 회장 전격 퇴임
국내 1위 치킨 프랜차이즈 교촌에프앤비가 창립 28년 만에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한다.

권원강 교촌에프앤비 회장(68·사진)은 13일 경기 오산 본사에서 열린 창립기념일 행사에서 퇴임을 공식 선언했다. 권 회장은 회장직과 대표이사직을 모두 내려놓고 경영 일선에서 전면 물러나기로 했다.

그는 기념사에서 “빠르게 변화하는 대외 환경 속에서 경영 혁신 없이는 미래가 불투명하다”며 “교촌이라는 이름으로 함께하는 본사 직원과 가맹점 모두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는 한 사람의 회장이 아니라 더 투명하고 전문화된 경영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퇴임 결정 배경을 밝혔다.

퇴임 시기를 두고 권 회장은 오랫동안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촌 고위 관계자는 “국내 프랜차이즈 시장이 50조원 규모로 성장했고, 종사자가 100만 명을 넘어선 만큼 이에 맞게 경영 시스템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권 회장이 늘 강조해왔다”며 “교촌의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이 프랜차이즈업계에 새로운 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권 회장은 퇴임사에서 “교촌을 이 자리까지 오게 한 건 임직원과 가맹점주의 노력 덕분”이라며 “우리나라 기업 중 30년 이상을 버티는 기업이 2%에 불과한데, 곧 30주년을 맞이하는 교촌은 전문적인 경영 시스템과 혁신적인 노력으로 앞으로의 100년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회장은 프랜차이즈업계에서 입지전적인 인물로 통한다. 젊은 시절 생계를 위해 노점상, 해외 건설노동자, 택시기사 등 직업을 거치다 40세에 교촌치킨을 시작했다. 1991년 3월 경북 구미시에서 33㎡ 남짓 작은 가게를 연 그는 전국에 간장치킨 열풍을 일으켰다. 가맹본사 기준으로 매출 3188억원의 업계 1위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현재 전국 가맹점은 1070개, 본사 직원은 200여 명이다.

교촌치킨은 프랜차이즈업계의 모범 사례로 통했다. 가맹점의 철저한 영업권 보호 정책으로 가맹점 수를 무리하게 늘리지 않았다. 교촌치킨 가맹점은 1000개를 넘어선 2003년 이후 15년 이상 950개~1100개에 머물러 있다. 가맹점을 늘리지 않고도 본사와 가맹점 모두 세 배 이상의 매출 증가를 이뤘다. 그 결과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 450개 중 가맹점당 연평균 매출은 수년째 교촌치킨이 1위를 지키고 있다.

신임 대표는 황학수 교촌에프앤비 총괄사장(58)이 맡을 예정이다. 황 대표 내정자는 2012년 교촌 그룹경영전략본부장으로 영입됐고, 2017년 9월 교촌에프앤비 총괄사장에 취임했다. 4월 말부터 대표이사 공식 임기를 시작할 예정이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