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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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정책 당국자들 앞에서 한국의 ‘재벌’을 비난하는 발언을 준비했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실제 강연에서는 난데없이 “나는 재벌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12일(현지시간)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현지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재벌은 한국 경제의 소중한 자산으로, 과거와 현재뿐 아니라 미래에도 그럴 것”이라며 이같이 언급했다. 지난 11일 언론에 사전 배포한 강연문에서 “한국 재벌은 관료와 정치인을 포획하고 언론마저 장악하는 등 사회적 병리현상”이라고 했다가 논란이 일자 실제 강연에선 발언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이 워크숍은 공정거래위원회가 개발도상국에 경쟁법 집행 노하우를 전수하기 위해 1996년부터 매년 여는 행사다.

김 위원장은 “한국은 경제 성장 과정에서 수출 중심 전략을 추진하면서 정부가 한정된 자원을 성공적인 기업에 투자했고, 기업들은 해외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통해 성공했다”며 “이들 기업은 국내 시장에서는 독점적 지위를 누렸고 이를 통해 삼성 현대자동차 LG와 같은 재벌이 탄생했다”고 소개했다.

김 위원장은 “재벌은 독점적 지위 덕분에 막대한 경제적 권력을 쥐게 됐다”며 “모든 권력은 잘못 이용될 여지가 있고 이는 경제적 문제뿐만 아니라 정치 종교 언론 이데올로기 등의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재벌에 대한 비판적 기조는 유지했으나 사전 연설문에 등장한 ‘사회적 병리현상’ 등의 표현은 쓰지 않았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