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중국에서 마트, 백화점 등 유통사업에 이어 식품제조사업도 정리하기로 했다. 2017년 3월 중순부터 시작된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 2년이 지나도록 풀릴 기미가 없는 탓이다. 롯데는 사드 부지(롯데 성주골프장)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중국에서 노골적인 보복을 당해왔다.

[단독] 롯데, 제과·음료사업도 중국서 철수한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의 중국 공장 여섯 곳 중 네 곳이 동시에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다. 롯데제과는 초코파이와 껌 등을 생산하는 베이징 공장(롯데차이나푸드)과 초콜릿 공장(롯데상하이식품)을, 롯데칠성음료는 허난성 뤄허에 있는 음료수 생산 공장(롯데오더리음료)과 베이징 음료 공장(롯데화방음료)을 매물로 내놨다.

이들 공장은 중국 내수 물량을 담당했다. 사드 보복 이후 가동률이 크게 떨어지고 적자가 누적돼 정상적인 운영이 힘들다고 롯데는 판단했다. 매각 주체는 롯데지주다. 2017년 10월 롯데지주가 출범할 때 이들 공장의 소유권이 이전됐다. 롯데 관계자는 “올 상반기 처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각 대상에서 빠진 롯데제과 칭다오 공장과 롯데칠성음료의 칭바이 생수 공장은 생산 물량 대부분을 한국으로 들여와 사드 보복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다.

롯데의 중국 시장 철수는 사드 보복 여파가 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진행형’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중국의 사드 보복 핵심은 △온라인 여행사의 한국상품 판매 금지 △베이징 등 6개 지역을 제외한 한국 단체관광 비자 발급 중단 △한국행 전세기·크루즈선 취항 금지 등이다. 이 가운데 어느 하나 풀린 게 없다. 단체비자 허용 지역을 한 개씩 늘리고 있는 정도다. 한때 800만 명을 웃돌던 중국 관광객은 2년째 400만 명대에 그치고 있다.

한국 패키지관광 상품에선 롯데호텔 롯데면세점 롯데월드 등 롯데 계열사 방문을 일절 못하게 하고 있다. 롯데가 3조원을 투입해 짓고 있는 중국 선양 복합단지 개발 공사도 2년 넘게 중단된 상태다.

안재광/안효주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