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비중 70% 차지하는 '큰손'
中 보따리상 규제만 하면 초긴장
최대실적 내고도 中 눈치만 살펴
한국 면세점들은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겉으론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을 극복한 듯하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중국 보따리상(따이궁)에 지나치게 의존했기 때문이다.

中 '따이궁'에 휘둘리는 국내 면세점들

2017년 3월 중국의 사드 보복이 시작된 뒤 국내 면세점은 따이궁으로 채워졌다. 중국 단체관광객(유커)의 쇼핑 수요를 따이궁이 대체했다. 롯데·신라·신세계 등 국내 3대 면세점의 전체 매출 중 따이궁 비중은 70%에 이른다. 따이궁은 한국 화장품, 홍삼, 밥솥 등을 대량으로 구입한 뒤 자국으로 돌아가 온라인으로 판매하거나 소규모 판매상인 ‘웨이상’에게 넘긴다. 이 시장 규모만 작년 한 해 7조~8조원에 달한 것으로 업계에선 본다.

이러다 보니 중국 정부가 조금만 따이궁을 규제하려 들면 국내 면세점은 민감하게 반응한다. 올초 시행된 중국 전자상거래법이 대표적이다. 따이궁, 웨이상 등도 사업자 허가를 취득하고 세금을 납부하도록 법이 바뀌자 면세점들은 지난 1~2월 대대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따이궁의 매출 감소를 우려했기 때문이다. 따이궁을 보내주면 매출의 최대 20~30%까지 수수료를 주고, 3만원짜리 선불카드를 마구 뿌렸다. 구매 금액의 10%가량을 적립해주기도 했다. 국내 면세점이 매출은 높지만 수익성이 낮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면세점업계조차 따이궁만 바라보는 ‘천수답 경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따이궁 매출을 당장 대체할 만한 대안이 없는 게 문제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사드 보복이 풀려 유커가 들어오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의존도가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자국 면세산업을 키워 해외로 빠져나가는 수요를 흡수하려 하는 것도 한국 면세점에 리스크 요인이다. 중국은 대표 휴양지 하이난의 면세 가능 한도를 작년 12월 기존 1만6000위안(약 270만원)에서 3만위안(약 500만원)까지 높였다. 하이난에는 면적 기준 세계 최대 면세점인 중국 CDF몰이 있다. “한국 면세시장의 절반은 사실상 중국 것”(찰스 첸 CDFG 회장)이란 발언까지 중국에서 나오는 상황이다.

국내 면세점들은 해외 진출을 통한 매출 다각화를 해법으로 삼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호주 브리즈번공항점 등 오세아니아 지역 매장 5개를 지난해 인수했다. 2017년 베트남 다낭공항점을 낸 데 이어 작년에는 냐짱에도 면세점을 추가했다. 신라면세점은 홍콩·싱가포르 등 아시아 허브 공항을 중심으로 한 해외 면세점에서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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