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노사, 통상임금 지급안 잠정합의
기아자동차 노사가 통상임금 미지급분 지급 방안 및 임금제도 개편안에 잠정 합의했다.

기아차 노사는 11일 통상임금 특별위원회 8차 본협의를 열고 통상임금 미지급분 및 상여금 분할 지급안 등과 관련해 의견을 하나로 모았다. 노조는 오는 14일 총회를 열고 조합원을 대상으로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 의사를 물을 예정이다. 회사 측은 잠정안이 노조 총회를 통과하면 다음달부터 새 임금 지급안을 적용한다. 재계 관계자는 “기아차 노사가 통상임금 문제로 장기 소송전을 벌이지 않고 합의한 것은 의미가 크다”며 “상여금 분할 지급으로 최저임금 위반 문제도 해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노사는 통상임금 1차 소송 대상 기간(2008년 8월~2011년 10월) 미지급분에 대해 개인당 지급해야 할 금액의 60%를 일괄적으로 산정해 주기로 합의했다. 2·3차 소송 및 소송미제기 대상 기간(2011년 11월~2019년 3월) 미지급분은 정액으로 800만원씩 지급하기로 했다. 다만 지급 대상은 지급일 기준 재직 중인 대리 이하 모든 근로자로 하되 근속 기간을 반영해 차등 적용하기로 했다. 미지급금은 1인당 평균 1900만원에 이른다.

기아차 노사는 지난달 22일 서울고법 민사 1부가 통상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이후 통상임금특별위원회를 열고 미지급분 적용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해왔다. 그동안 노사 의견이 갈리면서 협상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이날 노사는 극적으로 합의를 도출했다.

노사는 상여금 분할 지급안도 합의했다. 기아차는 매년 기본급의 750%를 상여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150%는 명절에, 600%는 100%씩 나눠 2개월마다 지급했다. 기아차 노사는 이 가운데 600% 상여금은 매월 50%씩 쪼개 주는 방안에 합의했다. 이를 통해 기아차 직원 1000여 명이 최저임금 기준에 못 미치는 사태를 막을 수 있게 됐다.

기아차 직원이 최저임금 기준에 미달하는 상황은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최저임금법 시행령을 고치면서 벌어졌다. 고용부는 지난해 최저임금을 따지는 기준시간을 월 174시간에서 월 209시간으로 늘리는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 때문에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포함되는 월급을 174시간이 아니라 209시간으로 나누게 됐다. 게다가 최저임금이 시간당 7530원에서 8350원으로 10.9% 올랐다.

재계 관계자는 “기아차 노사가 대화와 타협으로 통상임금 미지급분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직원들의 대량 최저임금 미달 사태도 막았다”며 “앞으로 다른 기업 노사도 기아차 사례를 참고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도병욱/박종관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