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경직적인 근로시간제에 대해 정면 비판했다. 그러면서 노동시장의 유연안정성을 높일 것을 주문했다. 최저임금 인상분을 세금으로 보전하는 ‘일자리안정자금’에 대해서도 개선을 촉구했다.
IMF "韓, 최저임금 인상 과속…일자리자금 무차별 지원 안돼"
IMF “노동시장 유연안정성 강화해야”

IMF 연례협의 미션단은 11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면담에서 한국의 빠른 최저임금 인상 속도에 우려를 밝혔다고 기재부가 밝혔다. 2년 새 29% 넘게 급등한 최저임금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IMF 회원국은 협정문에 따라 거시경제, 재정, 금융 등 경제정책 전반에 대해 IMF와 정례협의를 해야 한다. 이번 협의는 지난달 27일 고용노동부 방문을 시작으로 이날 홍 부총리 면담까지 이어졌다. IMF는 12일 이번 협의 결과를 브리핑할 예정이다.

IMF는 이날 홍 부총리와의 면담에서 일률적인 근로시간제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기재부는 “IMF가 최저임금 인상 및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 노동시장의 유연안정성(flexicurity)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권고했다”고 밝혔다. 기재부 관계자는 “근로시간제와 관련해서는 너무 경직된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주간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하는 제도를 지난해 7월부터 300인 이상 대규모 사업장을 대상으로 일률적으로 시행했다.

IMF는 일자리안정자금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일자리안정자금은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으로 부담이 커진 사업주에게 정부가 일정액을 지원하는 제도다. IMF는 무차별적으로 지원할 게 아니라 신생·창업기업을 중심으로 지원해 생산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는 게 기재부 설명이다. 근로자 수, 월급 등 일정 요건만 충족하면 모든 기업에 현금 살포식으로 지원하는 일자리안정자금을 비생산적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정부도 IMF의 우려를 이해한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홍 부총리가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 정부는 유연안정성을 강화하고,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에 역점을 두겠다고 설명했다”고 밝혔다. 또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 확대에도 힘쓰겠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적극적 재정·통화정책도 권고

IMF는 한국이 대내외 리스크 요인에 직면해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응해 적극적인 재정·통화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권고했다. 재정을 더 풀고, 기준금리 인상은 신중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홍 부총리는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 노력에 대해 설명했다. 기재부는 “홍 부총리가 공공기관 투자 확대, 출자기관 배당성향 조정, 지방교부세·교육교부금 정산, 민자사업 활성화 등 추가적 재정 확대 노력에 대해 적극 설명했다”고 전했다.

홍 부총리는 서비스산업 활성화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도 보였다고 기재부는 덧붙였다. 기재부는 “한국의 서비스산업은 선진국에 비해 고용·부가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은 만큼 미래 일자리와 성장에 매우 큰 잠재력이 있다”며 “올해를 서비스산업 활성화 원년으로 만들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혔다”고 강조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홍 부총리가 단기적으로는 경제 활력을 높이고, 중장기적으로는 체질을 개선해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데 역할을 다하겠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