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를 통한 해외 송금을 허용해달라’며 가장 처음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한 핀테크 업체의 요청이 기획재정부와 법무부 등의 반대로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11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기재부와 법무부는 블록체인 기반 해외송금업체 모인이 지난 1월 신청한 규제 샌드박스와 관련, “불법 외환거래(환치기)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가상화폐 건에 대한 심사를 보류하고 다음달 시행 예정인 금융위원회의 ‘금융 규제 샌드박스’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고 지난 6일 밝혔다. 금융위 입장도 기재부와 비슷한 것으로 알려져 분위기가 반전되긴 어려울 전망이다.

경제부처들이 반대한 배경은 △가상화폐의 불명확한 법적 지위 △외환시장 교란 및 범죄 악용 가능성 △외국환거래법, 자금세탁방지법 등 대수술 필요 등이다. 현재 가상화폐는 법정통화도, 전자화폐도 아니고 자금세탁방지 규제에도 빠져 있다. 테러자금 금융범죄 마약거래 등으로 사용될 경우 적발이 불가능하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모인을 시작으로 비슷한 기업이 많아지면 외환시장을 교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가상화폐 해외송금서비스는 영국 금융당국에서도 6개월간(2016년) 시험했지만 안전성 검증에 실패했다. 미국 JP모간도 ‘송금용’이 아닌, ‘정산’을 목적으로 제한적으로 가상화폐를 거래하고 있어 선진국에서도 아직 보편화되지 못했다는 게 법무부 분석이다.

정부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의 ‘규제 샌드박스 1호 신청기업’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어느 부처도 이 안건에 대해 쉽게 결론내지 않으려는 분위기”라며 “부처 간 ‘책임 떠넘기기’ 식으로 흐를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