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해 넘어야 할 마지막 산은 국내외 기업결합 심사다. 자산 또는 매출이 3000억원 이상인 회사가 300억원 이상의 회사를 인수할 때는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 신고를 해야 한다. 심사의 핵심은 인수가 조선업계 경쟁을 해치는지 여부다.

中·日 등 해외 경쟁당국, 기업결합 승인 쉽게 내주지 않을 듯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을 인수하더라도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21%로 50%를 넘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 발주가 늘고 있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일부 선박 부문에선 점유율이 70%를 웃돈다. 공정위 관계자는 “선박시장 전체를 볼지, LNG 등 주요 선종으로 따질지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1999년 정부 주도로 삼성항공과 대우중공업, 현대우주항공이 합병해 출범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대우종합기계, 한진중공업 및 현대모비스 철도부문이 합쳐진 현대로템 사례에서 볼 때 심사 통과가 무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해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는 국내보다 한층 까다로울 것으로 관측된다. 일본과 중국 등 경쟁국이 쉽게 결합 승인을 내주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일본은 지난해 11월 “한국 정부가 대우조선에 1조2000억엔(약 12조원) 규모의 선박을 발주하는 등 자국 조선사를 지원하고 있다”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기도 했다. 한국 조선사에 배를 주문하는 선주사가 많은 유럽연합(EU)이 매머드 조선소 출범에 따른 선가(배값) 인상을 우려해 반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러 국가의 경쟁당국으로부터 결합 허가를 받았는데 한 국가에서 ‘퇴짜’를 맞아 합병이 무산된 사례도 있다. 지난해 8월 세계 최대 통신칩 제조사인 미국 퀄컴은 네덜란드 NXP반도체를 440억달러(약 50조원)에 인수하려던 계획을 포기했다. EU 등 9개 승인 대상 국가 중 8곳에서 승인을 받았지만 중국 정부가 불허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대우조선을 흡수합병하는 방식이 아니라 조선통합법인(가칭 한국조선해양) 아래 별개 회사로 두는 구조여서 독과점 문제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업계는 고객인 선주사들의 시장 지배력이 강해 공급자인 조선사 점유율이 높아진다 해서 시장질서가 훼손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