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는 공기청정 기능을 갖춘 에어컨 할인행사를 7일 시작한다.  /이마트 제공
이마트는 공기청정 기능을 갖춘 에어컨 할인행사를 7일 시작한다. /이마트 제공
한반도를 덮친 미세먼지가 유통·소비재 기업들의 전략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형마트는 예년보다 한 달이나 앞서 공기청정 기능을 갖춘 에어컨 판매 행사를 열었다. 화장품 업체들은 미세먼지를 막아주는 ‘안티폴루션’ 효과가 있는 신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외출을 꺼리는 사람이 늘면서 점심 저녁시간 가릴 것 없이 배달 앱(응용프로그램)을 통한 주문도 급증하고 있다. 직장인들이 구내식당으로 몰리자 단체급식 업체들은 식재료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미세먼지 방어'에 지갑 연다…공기청정기·뷰티기기 판매 '불티'
‘안티폴루션’ 화장품 판매 급증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집에서 관리하는 뷰티 디바이스 브랜드인 ‘메이크온’ 제품의 품목 수를 최근 3배로 늘렸고, 다음달에도 신제품을 출시하기로 했다. 메이크온의 올해 1~2월 백화점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0배나 급증했다.

“최악의 미세먼지가 지속되자 미세먼지 오염지역과 청정지역에 거주하는 여성들의 피부상태를 집중 분석해 내놓은 제품이 소비자들의 큰 관심을 끌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헬스&뷰티(H&B)스토어 올리브영에서도 ‘안티 폴루션’, ‘안티 더스트’가 들어간 제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BRTC의 ‘안티폴루션 앤 풀메이크업 클렌징오일’은 2월 1일부터 이달 5일까지 올리브영에서의 매출이 전년보다 4배 이상(332%) 급증했다. 초미세먼지를 최대 90%까지 씻어내는 세정력을 인증(KC피부임상연구센터)받은 제품으로 입소문이 퍼진 덕분이다.

“더워질 텐데 문도 못 열고” 에어컨 할인

방문객이 줄고 있는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미세먼지 관련 제품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이마트는 7일부터 20일까지 전국 120개 점포에서 에어컨과 미세먼지 관련 가전제품을 할인 판매하는 행사를 한다. 공기청정 기능을 탑재한 에어컨 수요가 최근 급증하자 예년보다 한 달이나 행사를 앞당겼다. 이마트에서 공기청정 기능을 갖춘 에어컨의 매출 비중은 2017년 22%에서 지난해 35%로 커졌다. 올해는 60%가 넘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롯데하이마트는 공기청정기 ‘특수’를 누리고 있다. 올해 초부터 이달 5일까지 롯데하이마트 전국 점포의 공기청정기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80% 늘었다. 비상저감조치가 계속된 이달 1~5일엔 작년보다 3배 이상 판매량이 급증했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거실뿐 아니라 방마다 공기청정기를 설치하려는 소비자들이 추가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쇼핑몰들도 분주해졌다. G마켓과 옥션, G9 등은 최근 5일(2월 28일~3월 4일) 동안 미세먼지 관련 용품 매출이 전주 동기(2월 21~25일)보다 최대 7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G마켓에서는 미세먼지 창문 필터 매출이 4배, 황사·독감 마스크와 산소발생기 매출은 3배 이상 증가했다. 이들 업체는 미세먼지 관련 상품 기획관을 따로 열고 할인 행사를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다.

점심 시간에도 배달 급증

미세먼지 공포로 외출을 꺼리는 사람이 늘면서 배달 앱 이용자가 급증하고 있다.

배달의민족에 따르면 이달 1~3일 주문량은 334만 건으로 전주보다 24만 건(7.5%) 늘었다. 요기요의 지난 주말(3월 1~3일) 주문량도 미세먼지 농도가 낮았던 지난달 주말(8~10일)보다 25.4% 증가했다.

구내식당이 붐비면서 단체급식 업체들도 분주해졌다. 삼성웰스토리가 운영하는 서울 강남, 경기 성남 등 오피스가 밀집한 지역의 구내식당 이용자 수는 이달 들어 10% 늘었다. 삼성웰스토리 관계자는 “미세먼지로 인한 건강 악화를 우려하는 직장인들이 많아 이를 예방할 수 있는 메뉴를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달리 봄철 특수를 기대했던 프리미엄 아울렛과 한강공원의 편의점 등은 울상이다.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편의점 3곳을 운영하는 A 편의점의 최근 1주일(2월 27일~3월 5일)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7.3% 줄었다.

민지혜/김보라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