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근버스·어린이집·운동시설…공유오피스의 서비스 혁신

토종 공유오피스업체 패스트파이브, 서비스 차별화
김대일 패스트파이브 대표

김대일 패스트파이브 대표

직원이 8명뿐인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마이샵온샵에서 일하는 박형준 씨. 그는 서울 미아동 집에서 삼성동 회사까지 매일 통근버스를 타고 출근한다. 통근버스는 마이샵온샵이 아니라 이 회사가 입주한 공유오피스 ‘패스트파이브’에서 운영하고 있다. 직원 복지에 많은 돈을 쓰기 힘든 소규모 입주사들을 위해 올 1월 운행을 시작했다. 타본 사람들 반응은 호평 일색이다. 박씨는 “버스에 비치된 간식이나 전자책을 무료로 즐기며 편하게 출근할 수 있어 근무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했다.

패스트파이브는 올해 안에 공유오피스 이용자들이 자녀를 맡길 수 있는 자체 어린이집도 열기로 했다. 입주사 직원들이 회당 2만원에 전문가에게서 개인 운동강습을 받을 수 있는 퍼스널트레이닝(PT) 시설도 주요 지점에 설치할 예정이다.

김대일 패스트파이브 대표는 “입주사들이 단순히 공간만 빌리는 게 아니라 대기업 못지않은 복지제도까지 이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위워크에 없는 것, 우리가 먼저 시도하자.’ 국내에서 가장 많은 공유오피스 지점을 운영하는 토종업체 패스트파이브의 최근 행보다. 미국계 위워크는 막강한 자본력과 세련된 이미지를 앞세워 고삐를 죄고 있지만, ‘글로벌 스탠더드’를 강조하다 보니 유연성은 다소 떨어진다는 평이 적지 않다.
"공간만 빌려준다고요? 복지까지 공유합니다"

공유오피스판 ‘스타벅스 對 이디야’

패스트파이브는 국내 이용자들이 원하고 좋아할 만한 서비스를 강화하고 나섰다. 공실률을 무조건 1% 미만으로 지켜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삼는 전략도 눈에 띈다. 24시간 냉·난방, 무제한 공짜 인쇄 등도 위워크와 비교해 소소하지만 쏠쏠한 장점으로 평가받는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의 관전평이다. “‘브랜드’를 뽐내는 스타벅스와 ‘실속’을 강조하는 이디야의 대결을 연상시킨다고 할까요?”

공유오피스는 널찍한 사무실을 차려놓고 여러 기업에 업무공간을 임대하는 사업이다. 계약을 월 단위로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는 점이 통상적인 부동산 임대와 다르다. 2015년 4월 패스트파이브가 1호점을 열었고, 이듬해 8월 위워크가 한국에 상륙해 양강 구도를 이루고 있다.

지금까지 성적표를 보면 지점 수는 패스트파이브가, 면적은 위워크가 앞선다. 서울 시내 16개 지점(약 3만㎡)에 있는 패스트파이브 사무실에서는 약 8000명이 입주해 일하고 있다. 올해 지점을 30개까지 늘려 면적과 수용인원을 두 배 이상으로 키울 계획이다. 13개 지점에 최대 2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위워크는 연내 18호점까지 출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공실률 최소화로 수익성 극대화”

패스트파이브는 대로변에서 살짝 떨어지더라도 도심 곳곳에 거점을 만드는 다점포 전략을 쓰고 있다. 임차료를 아끼고 공실률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반면 위워크는 종로타워, 서울스퀘어 등 서울의 주요 랜드마크를 꿰찬 데 이어 조만간 부산 서면, 해운대 등에도 진출한다. 세계 100여 개 도시에 진출한 점을 바탕으로 해외 어느 지점에 가든 균일한 품질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김 대표는 “공유오피스 시장이 확장과 영업 중심의 1기(期)를 넘어 콘텐츠와 소프트웨어로 경쟁하는 2기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했다. 그럴싸한 인테리어를 갖춘 역세권 공유오피스는 흔해진 만큼, 피부에 와닿는 비교우위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1~2년 전만 해도 공유오피스는 1인 창업자나 소규모 스타트업이 많이 입주하는 공간으로 알려졌다. 최근엔 안정적인 임대료 수익이 보장되는 중소·중견기업 유치 경쟁에 불이 붙었다.

패스트파이브는 올초 중대형 입주사를 겨냥한 ‘커스텀 오피스’ 상품을 출시했다. 직원 50~100명을 넘는 기업은 임원실, 회의실, 창고 등을 원하는 대로 꾸미려는 수요가 강하다는 점에 착안해 공간을 원하는 대로 구성해주는 서비스다.

박소연 패스트파이브 팀장은 “중장년 직원이 많은 중소기업은 전용공간을 많이 원하고 풍수지리까지 고려하기도 하는데, 해외 업체들은 엄격한 운영방침 탓에 구조 변경에 제약이 많다”며 “우리가 한국 기업의 특성을 살려 잘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했다.

“잘 포장한 부동산임대업 아니다”

최근 직원 수 200명 이상인 제약회사 동화약품, 홍보대행사 프레인 등이 본사 사무실을 정리하고 패스트파이브로 입주했다. 패스트파이브는 대형 입주사 유치를 공격적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패스트파이브 입주사 중 직원 50명 이상 기업의 비중은 16% 정도다.

공유오피스산업이 쑥쑥 크고 있는 가운데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은 국내외에서 말끔히 가라앉지 않은 게 사실이다. 김 대표는 “매출이 해마다 2~3배씩 늘고 있고 지난해부터 월간 기준 흑자를 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패스트파이브는 내년에 해외에 첫 지점을 열기로 확정하고 베트남, 일본 등의 시장을 연구하고 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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