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사모펀드(PEF)와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등 대체투자 시장이 급성장한 데 비해 국내 대체투자 시장은 아직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 국내에서도 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낼 수 있고 주식에 비해 가격 변동성도 작아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는 대체투자 시장을 대폭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세계 대체투자 시장 내년 15조달러…부동산·인프라 이어 가상화폐 투자도
세계적 컨설팅업체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 따르면 2013년 7조9000억달러(약 8900조원)이던 세계 대체투자 시장은 내년 말엔 최대 15조3000억달러(약 1경7211조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선진국을 중심으로 본격화된 저성장과 고령화 추세에 따라 기관투자가를 중심으로 주식과 예금 등 전통적인 자산에서 대체투자 자산으로 이동하는 자금이 급증했다.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의 대체투자 자산 비중은 적게는 20% 중반에서 많게는 50%가 넘는다. 대표적 대체투자 정보 사이트인 핀얼터너티브즈에 따르면 세계 대체투자 자산에 투자하는 비중은 연금이 33%로 가장 높다. 이어 펀드(26%) 보험(9%) 국부펀드(6%) 은행(3%) 등의 순이다.

대체투자 자산도 다양하다. 국제대체투자협회(AIMA)에 따르면 2017년 PEF 투자액 기준으로 부동산이 17%로 가장 비중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사모부채(13%) △천연자원(10%) △인프라(8%) 등의 순이었다. 최근 들어 가상화폐를 새 대체투자 자산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해외 헤지펀드도 늘어나고 있다. 다만 지난달 열린 국제 대체투자총회에서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45%가 가상화폐를 현존하는 대표적인 거품 대체투자 자산으로 꼽았다.

글로벌 자본시장의 흐름에 따라 국내 대체투자 시장 규모도 2010년 이후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체투자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40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추정된다. 2010년 이후 매년 15% 이상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 자본시장연구원의 분석이다. 하지만 세계 대체투자 규모의 2%에도 미치지 못한다.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대체투자 비중도 선진국에 비해 아직 낮다. 대표적 공적연금 기관인 국민연금은 대체투자 비중을 작년 말 12.5%에서 올해 12.7%로 확대하기로 했지만 해외 기관투자가에 비해선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