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수출 활력 제고 대책'

"단기 미봉책…효과 불투명
산업경쟁력 강화 방안 나와야"
< 범정부 경제활력대책회의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 세 번째)이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9차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수출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 범정부 경제활력대책회의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 세 번째)이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9차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수출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정부가 수출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무역금융 규모를 3조원 늘리고 마케팅 지원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단기적으로 쓸 수 있는 카드를 최대한 쥐어짠 셈인데, 수출 부진의 근본 원인인 ‘산업경쟁력 하락’을 막기 위한 획기적인 대책 없이는 상황을 반전시키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가 4일 제9차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확정한 ‘수출 활력 제고 대책’은 수출기업의 자금난 해소에 방점을 찍었다. 올해 무역금융 지원을 작년보다 15조3000억원 늘려 253조원 공급한다. 기존 목표보다도 약 3조원 확대했다. 대출 문턱을 크게 낮춘 금융 프로그램도 다섯 개 신설했다. 수출계약서만으로 대출해주는 1000억원 규모 특별보증이 대표적이다. 계약이 믿을 만하고 이를 이행할 능력만 된다면 신용도가 떨어져도 무역보험공사가 대출 보증을 해주는 제도다. 다만 위험이 따르는 지원인 만큼 대출의 용처는 원자재 납품 대금 등으로 한정한다.

무역금융 3兆 더 풀어 253兆 지원…수출 '감소 행진' 멈출까

수출채권을 조기에 현금화할 수 있는 1조원 규모의 보증프로그램도 새로 만든다. 수출채권 조기 현금화 보증 제도는 지금도 운영 중이지만 2014년 ‘모뉴엘 대출 사기’ 이후 크게 위축됐다. 은행이 유사 사태를 피하려고 대출을 기피한 탓이다. 정부는 이에 은행이 수출기업의 통관 여부만 확인하면 대출 사고 때 책임을 면제해주고, 사고 보상비율을 99%에서 약 90%로 낮추는 등 금융회사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제도를 재설계하기로 했다. 제도 개선으로 지원 규모가 작년 9000억원에서 올해 1조9000억원 정도로 늘 것이라는 게 정부 추산이다. 수출기업에 자재를 공급하는 납품 기업과 수입 기업을 위한 보증 지원 프로그램도 각각 1000억원 규모로 신설한다.

수출 전시회, 글로벌 기업과의 파트너링 등 마케팅 지원도 강화할 방침이다. 마케팅 지원 예산에 작년보다 154억원 늘린 3528억원을 배정했다. 기업이 당장 도움을 받을 수 있게 예산의 60% 이상을 상반기에 집행할 방침이다.

신성장동력 발굴에도 속도를 낸다. 바이오헬스, 2차전지, 문화·콘텐츠, 한류·생활소비재, 농수산식품, 플랜트·해외건설 등을 6대 신(新)수출성장동력 사업으로 선정해 집중 육성한다. 일례로 2차전지는 관련 원재료, 설비 28개 품목 관세를 0%로 내려 비용 부담을 줄여준다. 관세 혜택이 작년 563억원에서 올해 932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바이오헬스와 2차전지는 정부가 관리하는 수출 주력 품목에 추가해 밀착 관리하기로 했다. 이로써 수출 주력 품목이 13개에서 15개로 확대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기업들에 어느 정도 도움은 되겠지만 수출 하락세를 반등시킬 정도로 효과가 있을지는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산업경쟁력 향상 방안 등 근본적인 처방이 부족해서다. 가령 이번 대책의 수출 주력 품목 고도화 방안엔 ‘5세대(5G) 이후 통신기술 개발에 8260억원 투자’ 정도 외에 새로 추가된 것이 없다. 신성장동력 강화 대책도 향후 과제로 미뤘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신산업 진입장벽 규제 개혁, 연구개발 지원 확대, 강소기업과의 인수합병(M&A) 활성화 방안 등 다각적인 산업경쟁력 향상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높은 법인세와 최저임금 등 기업의 해외 이전을 부추기는 요소들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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