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제2 플라자 논의?…원·달러 환율 1000원 깨지나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됐다. 세계인의 이목이 ‘미·중 무역협상이 어떻게 끝날 것인가’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미·북 정상회담 결렬을 두고 ‘위대한 결정’이란 평가가 있지만 ‘준비가 부족한 외교적 실패’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은 만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협상을 타결하려는 의지가 더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양국의 분위기는 대조적이다. 유예기간을 연장한 미국은 연일 큰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의외로 차분하다.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인지, 전통적 외교전략대로 정중동 속에 실리를 추구하는 것인지는 회담 결과가 나와 봐야 알 수 있다. 미·북 회담이 결렬된 뒤 후자를 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어떤 형태든 타협은 해야 한다. 미·북 회담 결렬로 더 추락한 대외 정치역량을 보여줘야 할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중국과 타협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제기되는 경제 문제를 풀어야 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미국의 통상 압력을 완화하는 것이 우선적인 과제다.

[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제2 플라자 논의?…원·달러 환율 1000원 깨지나

트럼프 대통령이 더 급하다. 올해 하반기부터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되기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한다. 현직 대통령으로서의 기득권을 누릴 만큼 뚜렷한 성과가 없기 때문이다. 유일한 성과로 꼽을 수 있는 경기와 증시 호조는 작년 11월 중간선거에서 확인됐듯이 유권자에게 확실하게 부각할 카드는 못 된다.

타협 가능한 대상을 모색해 보면 비관세장벽, 지식재산권, 온라인상 기술 탈취 등과 같은 민감한 의제는 다룰 수 없다. 지금까지 다루지 않은 새로운 의제도 마찬가지다. 미래에 국부와 패권국 위상을 좌우할 첨단기술 견제는 무역협상 타결과 관계없이 계속해서 가져가야 할 양국의 숙제이자 난제다.

미·중 무역협상을 타결하려면 지금까지 다뤄온 의제에서 찾아야 한다는 시각에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는 국제적인 비난 속에 보복관세 부과에 주력해왔다. 중국은 미국이 보복관세를 부과한 작년 하반기 이후 경기가 빠르게 침체되면서 4분기에는 성장률이 목표 하단선인 6.5% 밑으로 떨어졌다.

트럼프 정부가 보복관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위안화 가치가 절하돼서는 안 된다. 위안화 가치가 절하되면 보복관세 효과가 무력화되기 때문이다. 북한에 이어 중국과의 무역협상이 결렬되거나 보복관세 효과가 사라지면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은 물 건너갈 가능성이 크다.

중국도 수출과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유혹이 큰 위안화 가치 절하를 쉽게 추진할 수 없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올리고 인민은행은 내려온 금리 여건에서 위안화 가치까지 절하되면 외국인 자금 이탈이 빨라지기 때문이다. 작년 이후 유동성 공급, 해외 투자 제한, 차이나 머니 회수 등에도 풀리지 않는 신용경색이 더 심해져 ‘3대 회색코뿔소’ 현안이 전면에 드러날 경우 최악의 국면에 몰릴 수 있다.

중국은 다음달 중순에 발표될 미국 재무부의 올해 상반기 환율 보고서에서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 올해부터는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 △유의미한 대(對)미국 무역수지 흑자 중 한 가지만 걸리더라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규정한 ‘1988년 종합무역법’으로 되돌아가기 때문이다.

위안화 가치를 절하하지 못한다면 한 발 더 나아가 ‘달러화 약세-위안화 절상’을 유도하는 ‘제2 플라자 협정이 탄생할 것인가’ 하는 점에 관심이 쏠릴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수출입 구조가 ‘마셜-러너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달러 약세로 중국과의 무역적자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 중국도 위안화 가치 절상은 수출과 경기가 받는 부담이 크다.

제2 플라자 협정이 탄생한다고 하더라도 현재와 같은 시스템이 없는 국제통화제도에서는 지켜질지 의문이다. 2010년 주요 20개국(G20) 서울 회담에서 ‘경상흑자 4% 룰(GDP 대비 4%를 넘는 경상흑자국은 외환시장 개입을 할 수 없도록 한 것)’에 합의했던 것은 의미가 컸지만 잘 지켜지지 않았다.

미·중 정상회담에 앞서 ‘환율조작 방지’라는 모호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명문화를 해야 하는 문제가 급부상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극단적인 마찰’보다 다행한 일이지만 불안 요인은 여전히 남아 있다. 신호등 체계에서 ‘빨간색’에서 ‘주황색’으로 한 단계 낮아지는 수준인 만큼 원·달러 환율이 일각에서 제기하는 달러당 1000원 선이 무너지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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