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만 늘어날 뿐 미세먼지 감축은 '글쎄'
-노후경유차 도심 진입 제한 전국 확대가 우선

명제는 단순하다. '미세먼지를 줄이자'로 모아진다. 이에 따라 제조업은 굴뚝에 정화장치를 부착하고, 건설 현장은 수시로 물을 뿌리든 공사 시간을 제한하든 미세먼지 억제 방안을 마련 중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미세먼지를 많이 내뿜는 주인공(?)들이 저감 비용 또한 부담하는 오염자부담원칙이 적용된다.

그리고 해당 원칙은 도로이동 부문도 예외가 아니다. 이 기준에 따라 오염자부담 방안을 떠올렸고 결과로 내놓은 게 경유세 인상이다. 기본적으로 이동 부문의 미세먼지 감축 방안은 '경유(Diesel)' 사용 억제가 효과를 낼 수 있어서다. ℓ당 340원인 경유 교통세를 휘발유 수준인 465원으로 높이면 분명 경유 사용량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이다. 여기서 경유 사용이 줄어든다는 것은 현재 상황에서 운행을 줄이거나 미래 시점에서 경유차를 사려던 사람이 휘발유, 전기, LPG, 또는 수소전기차로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하이빔]경유세 인상, 먼지 감축은 명분일 뿐

그런데 도로이동 부문은 오염자부담원칙이 기대처럼 들어맞지 않는 게 맹점이다. 미세먼지 배출이 가장 많은 분야가 대형 화물 및 버스 등의 사업용 운송이라는 점에서다. 기본적으로 운송 사업은 짐을 많이, 그리고 자주 실어 나를수록 돈을 버는 구조다. 반면 많이 적재할수록, 그리고 자주 운행할수록 기름 사용은 늘어난다. 화물차 미세먼지 배출량이 많을수록 사업자의 수익이 증대되니 경유 값 인상으로 기름 사용량이 줄어들 것으로 본다면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게다가 사업용 화물차는 경유 가격이 오르면 그만큼 보조금을 받는다. 지난 2001년 1차 에너지세제개편으로 경유 세금이 오를 때 화물사업자 반발에 따라 만들어진 제도다. 2017년 기준 전국 40만대 가량의 경유 및 LPG 영업용 화물차에 지급된 유가보조금은 1조7,000억원 규모다. 그러니 정부가 경유세를 올려도 화물차 운행은 억제하지 못한다. 이 말은 곧 경유 사용량이 기대만큼 줄지 않는다는 의미다. 게다가 대형 화물차는 디젤엔진을 대신할 동력발생장치도 없다.

물론 이 점을 정부도 잘 알고 있다. 환경부를 중심으로 오래된 경유차에 매연여과장치를 달거나 LPG로 개조할 때 10년 가까이 2조3,000억원을 지원한 배경이기도 하다. 환경부 스스로 운행 중인 대형 상용차의 배출가스를 줄이는 게 가장 효과가 높다는 점을 인정하는 셈이다. 올해도 노후경유차 폐차와 LPG 전환에 1,200억원의 예산이 배정됐다.
[하이빔]경유세 인상, 먼지 감축은 명분일 뿐

그럼에도 경유세 인상 카드를 꺼내든 것은 미세먼지를 명분으로 세수를 늘리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경유세를 높이면 새 차로 바꾸려는 구매 예정자에게 영향을 미치고, 기존 경유차 보유자 가운데 보조금이 없는 비사업용은 고스란히 세금을 더 내기 때문이다 추가 세금을 내지 않으려면 그만큼 이동을 줄이라는 것인데, 이는 이동의 편리성과 연관돼 쉽지 않다.
[하이빔]경유세 인상, 먼지 감축은 명분일 뿐

실제 지난 2017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수송용 에너지 상대가격 합리적 조정방안 검토 보고서'에서 휘발유와 경유, LPG(액화석유가스)에 가격 조정을 10가지 시나리오로 정리하고, 미세먼지 감축 효과 및 경제적 파급효과 등을 예측했다. 그 결과 2014년 기준 대비 미세먼지 배출량은 시나리오별로 적게는 0.1%에서 많아야 2.8% 감축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경유 세금은 최소 5,180억원에서 최대 18조1,535억원까지 증세가 예상됐다. 경유세 인상이 가져올 미세먼지 저감 효과는 거의 없고 정부 세수만 증가하는 것을 국책 기관들도 이미 연구로 검증한 바 있다.

따라서 경유세 인상은 미세먼지 감축 방안이 결코 아니다. 자동차 운행 억제로 경유 사용을 줄이려면 현재 수도권에 적용된 노후 경유차 도심 진입 제한을 전국 시군구 단위로 확대하는 게 우선이다. 그리고 대상에는 사업용과 비사업용 모두를 포함시키는 게 현실적이다. 디젤 상용차와 승용차를 사업용과 비사업용으로 나눠 각자에 맞는 대안을 만들어주라는 얘기다. 사업용 대형차는 도심 운행 제한으로 서둘러 저공해 조치를 유도하고, 비사업용 경유 승용차는 오래됐을 때 조기에 차를 바꾸도록 유도하는 게 최선이다. 그리고 바꿀 때는 경유 대신 다른 수송 에너지를 선택하도록 지원하면 된다. 노후화 된 디젤 승합 또는 1t 소형 화물을 폐차하고 LPG차를 구매할 때 보조금을 주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 가지 더 첨언하자면 자동차 기름에는 이미 오염자 부담 원칙의 세금이 포함돼 있다. 기본적으로 기름을 많이 쓰면 세금도 많이 내는 구조여서다. 그래서 노르웨이는 에너지가 아닌 이동 수단에 세금을 더 많이 부과한다. 에너지 문제가 아니라 이동 수단에 초점을 맞추고 오염자 부담 원칙에 따라 내연기관 자동차에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한다. 대신 전기차 지원은 대폭 축소했다. 경유 세금이 아니라 경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디젤자동차에 세금을 더 많이 부과하는 게 보다 효과적이어서다. 운송 부문은 '이동'이라는 본질이 존재하는 만큼 평면적 시각보다 다각적 차원으로 정책과 제도를 만들라는 조언이 쏟아지는 이유다.

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