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선언 없이 회담이 결렬됐다고요? 어제(27일) 회담 분위기가 좋은 것 같아 개성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 뉴스도 안 보고 일만 하고 있었는데….”

베트남에서 옷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최동진 디엠에프 대표는 미·북 정상회담 결렬 소식에 황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최 대표는 2016년 2월 개성공단에서 철수한 뒤 베트남으로 터를 옮겨왔다. 그는 개성공단이 다시 문을 열면 언제든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예상과 달리 소득 없이 끝나자 과거 개성공단에 입주했던 기업인들은 실망과 당혹감을 드러냈다. 개성공단에서 철수한 뒤 호찌민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종덕 영이너폼 대표도 “오전만 해도 느낌이 좋았는데 이런 상황이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며 “지난 3년간의 악몽이 마무리되나 싶더니 이젠 한숨밖에 안 나온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기업인들이 소득 없이 끝난 정상회담에 아쉬워하는 까닭은 ‘새 둥지’ 베트남에 비해 개성공단이 가진 이점이 크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인천에서 아침에 개성공단으로 트럭을 보내면 점심 먹기 전에 돌아온다”며 “반면 베트남에선 18일에서 20일이나 걸린다”고 말했다. 물건을 주고받는 데 걸리는 시간은 비교할 수도 없다는 얘기다.

인건비도 개성공단이 베트남에 비해 훨씬 유리하다. 1급지에 공장을 둔 이 대표는 베트남 직원들에게 월 400달러 정도를 준다고 했다. 과거 개성공단 직원들이 월 평균 받아가던 돈은 300달러 정도였다. 임금 200달러에 ‘노동자 보호용품’이라는 항목으로 신발 초코파이 등 100달러어치를 얹은 비용이다.

말이 잘 통하는 것도 개성공단의 장점이다. 이 대표는 “베트남 직원들과는 언어가 잘 통하지 않아 불편하다”며 “개성공단에선 며칠이면 전수할 수 있는 노하우도 베트남에선 몇 달 걸릴 때가 다반사”라고 덧붙였다.

신한용 개성공단기업협회장(신한물산 대표)은 “개성공단을 떠나온 기업인 대부분은 모두 돌아갈 날만 학수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