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에' 다시 짊어진 허창수…다들 꺼리는 전경련 회장 2년 더 맡은 까닭은
허창수 GS그룹 회장(사진)은 지난 27일 청와대 오찬에 초대받았다. 문재인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흐얀 아랍에미리트(UAE) 왕세제(왕의 동생)의 정상회담 이후 마련된 식사자리였다. UAE에서 큰 규모로 사업하는 대기업 총수에게는 중요한 자리다. 하지만 허 회장은 오찬에 참석하지 못했다. 같은 시간 전국경제인연합회 총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청와대 오찬에는 허용수 GS에너지 사장이 대신 참석했다.

전경련은 이날 총회에서 허 회장을 회장으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허 회장은 2011년부터 전경련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적폐 세력으로 몰린 전경련 회장 자리는 득보다 실이 많다는 점에서 허 회장이 큰 결단을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리를 따지자면 허 회장이 굳이 전경련을 2년 더 맡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전경련 위상은 2016년 ‘최순실 사태’ 이후 추락했다. 대통령 주재 행사에 전경련이 배제되는 게 더 이상 ‘뉴스’가 아닐 정도다. 다른 경제단체들도 공동 성명서를 낼 때 전경련을 빼놓고 있다. ‘전경련 패싱’이라는 표현까지 나온다.

재계 안팎에서는 허 회장이 전경련 회장이라는 ‘멍에’를 다시 짊어진 이유로 ‘의리’와 ‘사명감’을 꼽는다. 재계 관계자는 “전경련이 최악의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나 몰라라 할 수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재계 목소리를 대변하는 단체인 전경련의 수장 자리가 공백이 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연임을 수락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허 회장 진가가 드러났다는 평가도 내놓는다.

경제단체 고위 관계자는 “전경련 회장을 맡아 이득을 볼 게 없는 허 회장이 연임을 수락하면서 재계의 어른답다는 호평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