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털어주는 기자] 세월의 흔적이 멋스럽다…'애정템'이 된 옛 장신구
오래된 물건에선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깊이 있는 냄새’가 난다. 아주 오랜 세월 동안 여러 명의 손을 거치며 고생 꽤나 한 티가 난다고 할까. 낡고 손때 묻은 빈티지 가죽 제품에 매력을 느낀 건 어릴 때부터였지만 반짝거려야 좋을 것 같은 주얼리마저 옛것을 찾게 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최근 6개월 동안 빈티지 주얼리를 구입하는 데만 100만원 가까이 썼다고 하면 욕을 먹으려나. 그야말로 ‘지갑 털이범’이 따로 없다.

빈티지 주얼리의 매력은 한마디로 희소성이다. 내로라하는 브랜드들은 반짝이는 고가의 주얼리를 경쟁적으로 선보인다. 하지만 빈티지 주얼리에는 최신 제품에선 찾아볼 수 없는 클래식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남루하지만 고풍스럽다.

오래된 주얼리에는 스토리도 담겨 있다. “예전엔 어떤 사람이 이 물건을 썼을까?” “어떤 스토리가 있었을까?” 상상하게 된다. 예를 들어 1960년대 미국산 튤립 모양의 햇핀(모자에 꽂는 핀 형태의 브로치)을 살 땐 우아한 숙녀가 레이스로 둘러싼 챙 넓은 모자에 이 핀을 꽂고 다녔을 것만 같은 상상을 했다. 1980년대 영국산 팔찌를 보자마자 이 알록달록한 금장 단추들을 모아 팔찌로 만들 생각을 누가 했을지 떠올려보기도 했다. 1930년대 제작된 아르데코 블랙 코랄 브로치를 봤을 땐 블랙 산호초를 정교하게 다듬어 세공하는 장인의 뒷모습이 눈앞에 그려졌다.

‘득템’(좋은 아이템을 싼 값게 얻었다는 뜻)도 빈티지 주얼리의 매력이다. 새 제품이었을 땐 더 비싼 값을 줘야 했겠지만 시간이 흐르고 낡아 제값보다 훨씬 싸게 살 수 있게 된 제품도 꽤 많다. 브로치 하나에 보통 50만원이 넘는 고가의 디자이너 주얼리 브랜드 엑스타시아의 1990년대 브로치를 16만원대에 사는 식이다. 때론 명품 브랜드 ‘지방시’의 아주 오래된 귀걸이도 3만원에 ‘득템’할 수 있고 2만~3만원대의 ‘나피에르’ ‘모네’ ‘트리파리’ 브랜드 제품도 구입할 수 있었다.

[지갑 털어주는 기자] 세월의 흔적이 멋스럽다…'애정템'이 된 옛 장신구
빈티지 주얼리의 매력에 푹 빠진 사람이 점점 늘어나서일까. 이를 전문으로 수집해 판매하는 숍도 최근 많아지고 있다. 이곳들을 하나씩 찾아다니며 내 손가락에 맞는 반지, 맘에 쏙 드는 목걸이, 싸고 예쁜 브로치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인스타그램에서도 일루우, 다브앙, 보보빈티지숍, 언니네옷장, 스탠디유 등 수많은 컬렉터가 멋진 제품을 판매하고 있으니 지갑을 열지 않을 도리가 없다. 주얼리에서 시작한 ‘빈티지 수집’ 취미가 이젠 촛대, 거울 등 소품으로 확장되고 있다. 큰일이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