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저 '출산율 0명대'…한국인 더 빨리 줄어든다
국내 인구 감소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이르면 올해부터 출생아가 사망자보다 적어지는 ‘데드크로스’가 일어날 전망이다. 여성 한 명이 낳는 아이가 평균적으로 한 명도 안 되는 ‘출산율 0명대’에 접어들 정도로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해 4분기에 분기 기준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인구가 자연감소(사망-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저출산·고령화가 예상보다 급속히 진행되면서 경제에 미치는 충격도 가시화할 전망이다.

세계 유례없는 저출산

세계 최저 '출산율 0명대'…한국인 더 빨리 줄어든다
통계청이 27일 발표한 ‘2018년 출생·사망통계(잠정)’를 보면 작년 출생아 수는 32만6900명으로 전년(35만7800명) 대비 8.6%(3만900명) 줄었다. 출생아 수는 1970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2017년 30만 명대로 내려앉은 데 이어 지난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98명으로 집계됐다. 합계출산율이 연간 기준으로 1.0명 밑으로 내려온 건 처음이다. 분기 기준으로는 지난해 2분기에 처음 0.98명으로 떨어진 데 이어 4분기에 0.88명으로 내려앉았다. ‘합계출산율 0명대’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들다. 유엔인구기금(UNFPA)이 발간한 ‘2017 세계인구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198개국 중 합계출산율이 1.0명 아래인 나라는 한 곳도 없었다. 2010년 대만이 0.90명으로 떨어진 적이 있지만, 다시 출산율이 1명 이상으로 올라왔다. 김진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인구 유지를 위해 필요한 합계출산율(2.1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해 조만간 인구 자연감소가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지난해 4분기에 출생아 수(7만4300명)가 사망자 수(7만5800명) 밑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전체적으로는 인구가 자연증가했지만, 그 수치는 전년 대비 61.3% 감소한 2만8000명에 그치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 자연감소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통계청은 2016년 장래 인구를 추계하면서 자연증감 외에 이민 등 국적 변동을 반영한 전체 인구가 2028년부터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합계출산율을 당시 기준에서 최악 수준(저위)인 1.12명으로 가정해 산출한 수치다. 합계출산율이 예상보다 급속히 하락하면서 인구 감소 시점도 크게 앞당겨질 전망이다.

출산 늦어지고, 혼인은 줄고

합계출산율 하락은 가임여성(만 15~49세) 감소와 출산연령 상향, 혼인 감소가 주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 가임여성 인구는 1231만2000명으로 전년 대비 1.7% 감소했다. 김진 과장은 “정부가 1984~1990년에 가족계획을 가장 강력하게 추진하면서 이때가 출생시기인 현재 30~34세 가임여성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출산연령은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지난해 평균 출산연령은 32.8세로 전년보다 0.2세 높아졌다. 만 35세 이상 고령 산모의 비중은 31.8%로 전년보다 2.4%포인트 커졌다. 연령별 출산율(해당 연령 여성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은 20대 후반(25~29세)이 41.0명에 그치면서 처음으로 30대 후반(46.1명)보다 낮아졌다. 혼인 건수도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혼인 건수는 2016년 7.0%, 2017년 6.1% 감소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2.6% 줄었다.

“저출산·고령화, 경제에 충격 크다”

전문가들은 저출산 문제가 경제에 미칠 충격을 우려하고 있다. 고령화가 심화하는 가운데 15세 이상 생산가능인구가 줄면서 저성장, 저소비, 저고용이 가속화할 것이란 관측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경기 성남시 판교의 바이오·제약업체 단지 ‘코리아 바이오파크’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인구동향조사 결과에 대해 “정말 우려가 크다”며 “생산가능인구가 2017년부터 줄어든 것도 경제를 맡은 입장에서 굉장히 큰 부담이며 걱정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특단의 대책을 주문하고 있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미래기획분과위원장)는 “주택 교육 고용 등 분야에서 결혼과 출산을 가로막는 사회적 장벽을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도원/성수영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