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 스스로 혁신하며 규제 완화 요구해야"
“중견기업 스스로 혁신하면서 정부에 지원 정책을 요구해야 한다.”

이달 초 취임한 조병선 중견기업연구원장(사진)의 말이다. 한국에선 가업 승계를 부(富)의 대물림으로 인식해 최고 65%의 세금을 매긴다. 승계 이후엔 10년간 업종을 바꿀 수 없고, 정규직 근로자를 120%(중견기업 기준)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 이런 규제로 중견기업이 성장하기 어렵다고 업계는 주장한다.

이에 대해 조 원장은 2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가업 승계를 부의 대물림이 아니라 사회적 자산(기업)에 대한 경영 책임을 물려주는 것으로 인식하고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견기업은 이런 책임 의식을 기반으로 기업을 키워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사회와 사회의 공헌을 늘려야 한다”는 얘기다.

독일에서 유학한 조 원장은 “유럽에선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의 승계를 창업과 동일하게 지원한다”며 “창업도 중요하지만 기술력과 노하우를 갖춘 중견기업의 지속적인 성장도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견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개화된 가족 자본주의’를 도입할 필요도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 개화된 가족 자본주의란 가족이 기업 소유권을 갖지만 필요하면 외부 경영전문가를 영입해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적 자산인 기업의 성장을 위해 최선의 전략을 짜야 한다는 말이다.

조 원장은 “기업가에 대한 인식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기업, 기업인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인식이 성장 의지를 꺾는 또 다른 규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에선 공익법인을 설립하면 탈세 수단으로 보고 출자한도 등을 통해 규제하지만 유럽에선 세금으로 못하는 일을 할 것이라고 믿고 독려한다”며 “규제를 풀어 기업 공익법인 활동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기 내 하고 싶은 연구활동으로는 ‘중견기업 중심의 건강한 산업생태계 조성 연구’를 꼽았다. 조 원장은 “중견기업은 좋은 일자리 창출의 주역으로 사회 양극화, 청년실업 등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 “중견기업은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며 “독일 히든챔피언의 70%는 지역에서 균형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고도 했다.

조 원장은 독일 쾰른대에서 경제공법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독일에서 히든챔피언에 관심을 갖게 돼 중견·중소기업 발전 전략과 가업 승계 정책 개선 등을 연구했다.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 대통령 직속 중소기업특별위원회 전문위원, 한국중소기업학회 부회장을 지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