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 재정계획 보고서 제출

상속 총액에 일괄 과세 대신 개인 상속 취득액 따라 과세
"재산 많이 물려받는 상속인이 세금 더 많이 내 조세정의 부합"
기재부 "당장 도입 어렵지만 종합적 검토 거쳐 방안 확정"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위원장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가 현행 상속세 체계에 대한 ‘대수술’을 주문했다. 1950년 상속세법 제정 이후 유지돼온 ‘유산세’ 체계를 뜯어고쳐 ‘유산취득세’ 체계로 바꿔야 한다는 권고다. 지금처럼 상속 총액에 일괄 과세(유산세)하는 대신 개인 상속 취득액별로 과세(유산취득세)하라는 것이다. 재산을 많이 물려받는 상속인일수록 세금을 많이 내게 되기 때문에 조세정의에 더 부합한다는 논리다. 정부는 70년 만의 상속세제 대개편이 되는 만큼 시간을 두고 추진작업을 한다는 방침이다.
'유산취득세' 주문한 재정특위…70년 묵은 상속세 대수술하나

상속인별로 세율 차별화

특위는 26일 정부에 제출한 ‘재정개혁 보고서’에서 “응능부담 원칙(납세자의 부담 능력에 맞게 과세해야 한다는 조세원칙) 적용과 부의 대물림에 대한 적정과세를 위해 상속·증여세 과세체계를 합리화하라”고 주문했다. 상속세와 관련해서는 유산세 방식을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변경할 것을 권고했다.

'유산취득세' 주문한 재정특위…70년 묵은 상속세 대수술하나

현행 상속세법에서는 상속인 수와 관계없이 공제액 등을 제외한 과세표준 총액에 대해 과세구간별로 세율 10~50%가 적용된다. 상속인은 이를 연대납세해야 한다. 납세액은 상속재산 비율에 따라 결정되지만, 세율은 일률적으로 적용받는다. 이에 비해 유산취득세 방식에서는 세율도 상속재산 액수에 따라 달리 적용된다. 예컨대 과세표준이 총 30억원이고 이를 3명이 각각 5억원, 10억원, 15억원을 상속받는다고 가정해보자. 유산세 방식에서는 상속인 모두에게 40%의 세율이 적용된다. 상속세는 1억원 이하는 10%, 1억원 초과~5억원 이하는 20%, 5억원 초과~10억원 이하는 30%, 10억원 초과~30억원 이하는 40%의 세율로 과세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산취득세 방식이 적용되면 상속인이 받는 금액에 따라 각각 20%, 30%, 40%의 세율이 적용된다.

선진국은 대부분 유산취득세 방식

선진국들은 과세형평성에 더 부합한다는 이유로 유산세보다 유산취득세 방식을 운용하는 곳이 많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상속세를 부과하는 21개 국가 중 일본 독일 프랑스 스위스 등 16개국이 유산취득세 방식을 운용하고 있다. 유산세 방식인 국가는 한국과 미국 영국 헝가리 터키 등 5개국뿐이다. 유산취득세 도입은 재계에서도 요구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해 10월 발표한 ‘국제비교를 통해 본 우리나라 상속·증여세제 현황 및 개선 방안’ 보고서에서 “상속세 과세 방식을 유산취득세로 변경해 부의 분산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유산취득세를 그대로 도입하면 상속세 세수 감소가 불가피하다. 상속인별 상속재산에 대해 과세하기 때문에 누진세 구조에서는 통상적으로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다. 과세일각에서는 상속재산 위장분할 등에 따른 조세 회피를 우려하기도 한다.

특위는 세수 감소를 막기 위해 과표구간, 공제제도 등도 함께 개편할 것을 권고했다. 예컨대 현재 30억원 초과인 최고 세율 구간을 더 확대하거나 상속·증여세를 자진 신고하면 감면해주는 세액공제율을 더 낮추는 식으로 세수 감소분을 상쇄시키라는 주문이다. 그러나 한국의 상속세는 세율이 세계적으로 높고, 정부도 이미 세제 혜택을 크게 줄인 터라 과표구간과 공제제도 개편에 대해서는 논란이 일 전망이다. 상속·증여세 세액공제율은 2017년 말 세법 개정에 따라 기존 7%에서 작년 5%로, 올해는 3%로 낮아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유산취득세 도입은 상속세 전반에 대해 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올해 당장 도입하기는 어렵다”며 “상속세 실태분석 등을 거쳐 종합적인 검토가 끝나는 대로 방안을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산취득세

상속 재산 총액이 아니라 유산 분배 후 상속인별 분할재산에 과세표준을 적용해 상속세를 매기는 방식. 재산을 많이 물려받은 상속인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세금을 내게 된다.

임도원/성수영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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